<aside> <img src="/icons/pencil_gray.svg" alt="/icons/pencil_gray.svg" width="40px" />
Hang The Fool (2016)
원작자: AlmaMeDuele
원본 소설(AO3): https://archiveofourown.org/works/7127210/chapters/16186526
기존 네이버 블로그 번역본을 옮겨왔습니다. 문제시 삭제됩니다. 챕터 나눔은 단순 줄글로 통일합니다. 역주가 생략되었습니다.
소설 전반에 콜 캐서디의 옛 이름, 제시 맥크리가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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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밤이다. 인공 조명 불빛 아래로, 감시 기지가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거대한 절벽을 깎아서 만들어진 지브롤터 감시 기지 내부는 큰 암석 속에 차폐되어 있다. 여름이 되면 날씨가 온화해지고, 바위를 타고 내려오는 바람 소리와 바다새 울음소리가 한데 섞여 어우러진다. 기지가 폐쇄된 이후로 배편이 다시 운항하기 시작했다. 저녁이 되면 대형 유조선들이 절벽을 지나 웅웅거리며 수평선을 가로지른다. 길게 빠진 선체가 해협 안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등대를 지나간다. 제시 맥크리는 해안을 따라 항해하는 오렌지색 화물선의 항로를 지켜본다. 그는 윈스턴의 연구실 밖에 있는 2층 통로에 서서, 담배를 피우며, 석양이 하늘에서 사라지며 만드는 자줏빛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담배가 남기는 자취는 짙고 강하다. 치글러 박사가 이 냄새를 맡으면, 지저분한 습관에 대해 꾸중을 하겠지. 그녀는 꾸중할 것이고 그는 기뻐할 것이다. 오버워치가 해산된 이후로, 메르시의 목소리가 무의식 중에 남아있는 채로만 5년을 보냈으니. 그래도 기억 속에 갇힌 수백 명의 목소리 중에서는 그나마 부드러운 편이었다. 제시는 메르시를 끄집어내서 오래된 음성 메시지처럼 재생시킨다. 반복되는 음성 : 오늘은 좀 어떤가요, 맥크리? 팔은 어때요? 눈은 어때요? 가끔은 메르시가 하지 않았다는 걸 아는, 오래 전에 잊어버린 얼굴들이 했던 질문과 말들도 흐릿하게 섞인다. 총은 잘 쏘나? 말은 잘 타나? 오늘은 잘 했나? 떠돌이 인생은 외롭다. 길 위에서, 은신처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고단한 여정 속에서, 제시 맥크리는 자신을 살아있게 해주는 -- 더 중요하게는, 제대로 기능하게 해주는 습관을 하나 들였다. 제정신으로 있게 해주는 습관. 맥크리는 자신의 생각을 가까이 하고, 목소리들을 더 가까이 하는 방법을 알았기에, 사람과 전혀 교류하지 않고도 몇 일씩을 버틸 수 있었다. 윈스턴이 오버워치를 재소집하고 3주가 지났다. 응답한 요원들은 지브롤터에서 모이기로 했다. 공동 침실은 작고, 비좁고, 약간씩 무너져 있었다. 제시의 방은 버려진 장비 상자로 채워져 있었고, 쥐들이 살다 간 흔적도 있었다. 청소 로봇과 힘든 노동으로 이틀만에 청소를 끝냈지만, 저녁이 되면 아직도 숨쉬기 힘들 만큼 퀴퀴한 냄새가 났다. 윈스턴은 탈론의 급습 이후로 감시 기지 보안을 재구축하는 데 약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아테나의 자가진단 프로그램으로 수리를 마치는 데 꼬박 72시간이 걸렸고, 윈스턴은 아테나의 섹터 일부를 격리하고 드라이브를 정리해야 하는 것 때문에 아직도 걱정이다. 하지만 메시지가 들어오기 시작하자, 윈스턴은 행동을 빨리 해야만 했다. 거처를 확보해야 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응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맥크리가 도착했다. 지친 몸으로, 먼지와 검댕에 덮여서, 잔뜩 헝클어진 머리로, 대서양을 가로질러 오느라 피곤에 찌들어서. 그는 녹스빌 남부, 스모키 산에 있는 오두막집에 몸을 숨기고, 애틀란타에서부터 자신을 쫓아온 현상금 사냥꾼들이 없어졌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리고 연락이 왔다. 제시는 침착하게, 너무 열성적으로 들리지 않도록 노력하며, 윈스턴 (그리고 윈스턴이 연결해 준 허풍쟁이 레나)에게 농담을 건네고, 갈 수 있으면 가겠다고 확약했다. 맥크리는 그린스보로에서 가장 가까운 여객기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 여객기 화물실 내부의 단열 처리된 저장 컨테이너)에 올라탔다. 파리의 샤를 드 골 공항에서 마드리드까지는 스키퍼 제트기, 마드리드에서 말라가까지는 고속 기차, 말라가에서 지브롤터까지는 화물 트럭 뒷칸과 약간의 히치하이킹으로 -- 그의 서툴고 억양이 센 스페인어를 신경쓰지 않고, 대신 돈을 원한 사람들의 차에 타서 -- 결국 감시 기지까지 도착해냈다. 맥크리의 왼팔에는 유지 보수가 필요했고, 몸의 나머지 부분에는 샤워가 필요했다. 레나는 맥크리에게서 나는 냄새를 신경쓰지 않고, 펄쩍 뛰어올라 그를 껴안았다: 레나가 너무 크게 웃어대는 통에 귀가 울렸다: 레나는 윈스턴에게로 다시 돌아갔고, 윈스턴은 맥크리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그리고 라인하르트는, 맥크리를 품 안으로 불러들여, 우렁찬 고함과 함께 으스러뜨리듯 껴안아 주었다. “내 가장 친애하는 이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였군!” 기사가 제시를 놓아주고 폭탄 같은 소리로 크게 외쳤다. “브리기테가 자네를 보고 싶어했다네. 그 모자를 아직도 갖고 있는 걸 보면 아주 좋아할 거야." “이걸 아직도 갖고 있다니, 저도 좋네요.” 제시가 말했다. 그는 뺨이 아파오기 시작하고 나서야 자신이 여태껏 미소짓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하나씩 하나씩, 요원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앙겔라는 맥크리가 오고 나서 3일 뒤에 도착했다. 재회는 그야말로 의기충천 그 자체였다: 맥크리는 사람들이 울고 웃는 소리에 이끌려 숙소 로비로 나갔다. 귀에 닿는 밝은 소음들에 몸이 가볍게 떨린다. 그녀를 보는 건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큼이나 엄청났다. 데드락이 함정 수사에 걸리고 블랙워치에 등록되고 나서 몇 년이 지나고도, 사람들이 진짜 천사라고 오해하고 있는 사람을 오버워치가 영입해냈을 때의 경외감은 희미해지질 않았다. 종교는 오래 전에 제시 맥크리를 떠났지만 -- 아니, 맥크리가 종교를 떠났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 천사에게 건네는 그의 인사가 아이러니할지언정 따뜻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빛이라도 본 줄 알았네,” 의사가 그의 팔을 향해 달려오자 맥크리가 쉰 소리로 말했다. “잘 지내셨습니까, 선생님? 그 예쁜 얼굴 본 지가 얼마나 오래 됐는지 모르겠네요.” “맥크리,” 몇 초간 껴안고, 한숨을 쉬고, 떨어지기까지 앙겔라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맥크리가 공손하게 모자를 벗자 그녀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직도 그거 쓰고 다녀요!” “뭐 말이에요?”
앙겔라가 활짝 웃었다: 그녀의 미소는 하얗게 빛난다. “당신 모자!” 재미있군: 아마 독일인이라서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다. “이 모자 지키느라 밤낮으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선생님.” 맥크리는 트레이서가 앙겔라에게 다가서서 쾌활하게 재잘거릴 수 있도록 비켜서며 대답했다. 앙겔라는 좋아 보였다. 단정했고, 표정이 밝았고, 머리카락은 금빛이었다. 한 올 흐트러짐이 없었다. 아이보리 색 외투와 슬랙스에서는 얼룩 하나 찾아보기 힘들었다. 나이들지 않는 것도 독일인이라서 그랬던 걸까? 앙겔라는 맥크리가 마지막으로 본 모습에서 단 하루도 더 늙어 보이지 않았다. 5년이 지났는데 주름진 자국 하나도 없었다. 맥크리는 앙겔라가 치료소를 정돈하러 떠난 이후에도 오랫동안 그 사실을 생각했지만: 모욕적으로 굴지 않기 위해서, 그 얘기를 다시 꺼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여성의 나이나 외모에 대해 질문하는 건 예의바르지 않다. 조용히 유전학에 공을 돌리는 게 낫겠지. 그리고 어쨌든, 생각해 봐야 할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 앙겔라는 스위스 출신이었지, 독일 출신이 아니었다. 스위스 출신이라고. 맥크리는 다시 통로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과거형으로 생각했던 것을 정정하고, 또 한 척의 배가 항로를 따라 떠내려가는 풍경에 집중하려 애쓴다. 앙겔라는 스위스인이다. 그녀는 더 이상 과거형의 개념이 아니다. 앙겔라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라인하르트도 그렇고, 트레이서도 그렇고 윈스턴도 그렇고 걸걸하게 늙은 토르비욘도 그렇다. 그리고 등대의 불빛이 깜박이자, 맥크리의 생각 속으로 겐지가 흘러들어온다. 그 사이보그는 지브롤터에 도착하고 3일 뒤 다시 떠났다. 오랜 동료들에게 따뜻하게 인사하기는 했지만, 겐지의 감시 기지 귀환은 일시적 목적지 변경이었고, 그에겐 중요한 일이 있었다. 샴발리 수도원으로 소환되어서 최대한 빨리 그 곳에 가야만 했던 거다. 겐지는 일주일 내로, 가능하면 친애하는 스승과 함께 돌아오겠다고 모두에게 약속했다. 젠야타는 오버워치 요원들에게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요원들은 그의 지도에 잘 따를 것이고, 그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영웅 중 일부의 화합을 지켜보는 기회를 누릴 것이다. 화해. 이상하고, 의문감까지 드는 단어 선택이다. 맥크리는 입술 안쪽을 씹으며 줄무늬 갈매기 몇 마리가 바닷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걸 지켜본다. 윈스턴이 오버워치 귀환을 위해 계획한 게 뭐든 간에, 확실히 그 계획을 실행하려면 아주 많은 화해가 필요할 거다. 3주가 채 지나기도 전에 소집된 요원들은 의문감과 호기심과 질문을 던져대기 시작했고 -- 그 중 대다수는 침울한 거절이나 노골적인 침묵에 맞닥뜨렸다. 모두가 답을 원하고, 아무도 답을 입 밖으로 내고 싶어하지 않았다. 메르시는 계속 입을 꼭 다물고만 있다. 그녀는 제시가 놓친 진실을 듣기 위해 가장 먼저 불러세울 인물이다. 지금 이 시간, 메르시는 치료소에 몸을 숨기고 있다: 할 일이 많고, 제때 끝날 가능성은 낮다. 제시는 커피나 핫 초콜릿 같은 것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다친 척을 할 수도 있고, 의수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 페커리 돼지처럼 사무실에 코를 들이밀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쫓아다닐 수도 있다. 잭과 게이브의 이야기: 강습 사령관, 블랙워치의 리더, 만(灣) 크기의 크레이터를 남기며 폭파된 스위스 기지에서 파멸한 전우들. 하지만 제시 맥크리의 믿음 속에선, 진정한 영웅은 죽지 않는다. 그는 연기를 뿜어낸다. 거의 웃음을 터뜨린다. “캐치프레이즈야,” 그는 작게 중얼거린다. 그리고 오늘밤은 앙겔라를 혼자 놔두기로 한다. 등대의 불빛이 두 번 더 -- 느릿하고, 힘없는 박자로 깜박인다. 활주로 아래 저 멀리서,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며 부서진다. 라벤더 색 하늘은 빠르게 쪽빛으로 변하고, 곧 어두워져 별이 총총한 검은색으로 덮인다.
시간은 충분하다. 성급히 행동해서 좋을 게 없다: 꼭 모두가 돌아오는 도중인 지금 답을 찾으려 다툴 필요는 없다. 제시는 담뱃재를 털어내고, 자기 자신이 기다림의 미학을 아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안심시킨다. 잭과 게이브의 발라드가 -- 아니, 분명 애통하고 침울한, 흙먼지와 참사 이야기겠지 -- 곧 연주될 것이다. 적어도 그는 그걸 들으려고 여기 있는 거다. 제시는 적어도 난 여기 있어, 하고 혼잣말을 한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그가 끌어내는 목소리는 앙겔라의 목소리보다 더 부드럽다 -- 연기처럼, 더 깊고, . 짙은 눈과 더 짙은 머리카락을 가진, 갈색 피부의 매부리코 여자가 거칠게 말하는 소리. 몇 년이나 보지 못했는데도, 바람 소리에 충분히 오래 귀를 기울이면 그녀가 한시도 곁을 떠난 적이 없다는 확신이 든다. 적어도 넌 여기 있구나 -- 적어도, 적어도. 맥크리는 천천히 입에 문 담배를 엄지와 검지로 잡아빼서 비틀며, 의수를 난간으로 내린다. 갈매기들이 울어댄다. 맥크리는 곁눈질로 작은 돌들이 절벽 위에서 그의 왼편으로 폭포처럼 쏟아지는 것을 목격한다. 맥크리는 고개를 들고 남자와, 남자의 손에 잡힌 활과, 시위에 매겨지고 당겨진 화살을 본다. 30미터 밖에, 갑자기 : 그가 있다. 심장 박동 하나. 절벽 위의 궁수는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절벽의 일부라도 되는 것처럼, 꼿꼿하고 굳건히, 무릎을 굽히고 근육을 긴장시키고 서 있다. 흐릿한 불빛으로 남자의 갑옷 윤곽이 보인다. 발끝에서 무릎까지는 금속, 허벅지를 감싼 검은색 천, 비틀린 허리에 단단히 고정된 외투 같은 무언가. 궁수의 얼굴은 바위 그림자에 가려져 있다. 한 조각의 천이 -- 황혼에 색이 바랜, 창백한 흰색 -- 깃발처럼 등 뒤에서 휘날리고 있다. 그리고 제시 맥크리는 지난 몇 초간 자신이 시체나 다름없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이 몰랐을 뿐. 그의 운명은 바위 끝에 유령처럼 서 있는 조각상 같은 암살자가 팽팽하게 당긴 한 가닥 줄로, 삶과 죽음 사이에 걸려 있었다. 심장 박동 하나. 갈매기들이 사라졌다. 빠르게 끝이 난다. 소리지를 기회조차 없다. 맥크리는 목소리들을 잊어버린다: 그는 앙겔라와 잭과 게이브를 잊어버린다. 오른손이 장전된 피스키퍼를 홀스터에서 빼낼 때 그는 오직 아마리만을 생각한다. 빛이 부족해서 총신은 반짝이지 않는다. 맥크리는 해머를 코킹한다. 그는 심장으로 조준한다. 영혼으로 방아쇠를 당긴다. 총알은 빗나간다. 제시는 반동으로 휘청하고 거칠게 해머를 당긴다. 첫 번째 화살은 높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날아와, 탁 하고 꽂힌다. 두 번째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오직 고통뿐. 제시는 무릎을 꿇고 왼쪽 팔꿈치를 관통한 화살을 부여잡고 뒹군다: 떨어뜨린 담배가 부츠에 짓밟힌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난간에서 떨어져나와, 시야를 잃은 채 연구실 로비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맥크리와 충돌한 기계들이 삑삑거리며 금속 바닥에 떨어지고 흩어진다. 오른쪽 귀에 꽂힌 통신기에 엄지를 갖다대기도 전에 아테나가 말한다. “맥크리 요원,” 모든 방향에서 한 번에 들려오는 것 같은 낮은 기계음. “상태를 보고하세요.” “암살자가 있어,” 제시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다. 그는 왼팔 의수 윗부분을 움켜쥐고, 일어나려 애쓰며 외친다. 박차가 바닥을 긁는다. “암살자가 있어, 절벽 위에, 저격수야. 피격당했어.”
로비에 경고음이 울려댄다. 감전되는 것 같은 고통에 느닷없이 아드레날린이 분출된다. 본능이 일을 하기 시작하자 팔을 찢는 것 같던 통증이 누그러진다. 맥크리는 일어나서 피스키퍼를 장전하며 통로를 확인하기 위해 출입구 옆으로 붙는다. 붉은 점멸등이 방금 화살을 맞은 장소를 비추고 있다. 문틀 끝에서는, 겨우 절벽 끝밖에 보이지 않는다. 쏠 준비는 되어 있다: 시야만 확보하면 된다. 궁수는 사라졌다.
“맥크리!” 통신기 저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윈스턴이다. 숨을 헐떡이고 쿵쿵거리는 소리가 난다: 뛰어오고 있는 거겠지. “위치가 어딥니까?”
제시는 왼쪽 팔을 구부리지 않으려고 애쓰며, 상체를 숙이고 다시 안으로 들어간다. 화살이 깨끗하게 관통해서, 금속으로 된 화살촉이 팔꿈치 반대편으로 튀어나온 것까지 보인다. 벽에 몸을 기대자 화살대가 위아래로 흔들리며 거의 즐겁게 춤을 춘다. 제시는 심호흡을 하고 화살깃에 초점을 맞춘 시야가 울렁대는 걸 느낀다. 부드럽고, 잘 손질된 -- 오리털 같은 크림색.
모자가 눈썹 위까지 미끄러져 내려온다. 첫 번째 화살이 모자 챙에 꽂혀 있다는 걸 알아차린 게 그때다. “동쪽,” 그가 대답한다. “항구 맞은편, 왼쪽 팔을 당했어, 진입할 때 조심해!” 아테나의 엠블렘이 로비 구석에 매달려 있는 스크린에 반짝 나타난다. 그녀의 디스플레이에서 나오는 푸른 빛이 붉은 점멸등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침입자 위치를 파악했습니다,” 아테나가 또렷하게 말한다. “근접 범위를 벗어났어요. 절벽을 오르고 있습니다.” 윈스턴이 통신기 저편에서 꿍얼거린다. “올라간다고? 어떻게? 라펠 기어나 벨트를 쓰나?” 아테나의 엠블렘이 반짝인다. “보기에는, 맨손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맥크리는 오른쪽 손목을 휙 털어 옆으로 모자를 내팽개친다. 그는 침을 뱉고, 깃털 윗부분의 화살대를 잡고 부러뜨려 버린다. “멋지군, 자기가 로빈 훗이라고 생각하는 염소가 나타났네.” 맥크리가 이를 악물고 중얼거린다. “다음에는 또 무슨 현대 과학이 나타나려나?”
“저 왔어요,” 앙겔라가 끼어든다. 위성으로 전달되는 신호가 윙윙거리며 통신선에 살아난다. “상황이 어떻죠? 누가 다쳤나요? 부상자는 어디 있죠?” “맥크리가 다쳤어요,” 윈스턴이 대답한다. “제가 가까이 있습니다.” 실제로 충분히 가까웠다: 윈스턴은 쿵쿵거리며 로비 문을 지나고 있다. 그는 코를 킁킁대며 피와 화약 냄새를 맡고, 맥크리가 던져버린 모자를 거의 밟을 뻔한다. 윈스턴의 황금색 눈이 맥크리의 왼팔에 꽂힌 화살을 보고 커진다. “궁수였군요,” 그가 말한다. “헝거 게임에 저격을 당했어,” 제시가 으르렁거리며, 피스키퍼를 잡은 팔을 출입구 쪽으로 수평하게 들어올린다. “절벽 위로 올라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뭐지?” 윈스턴은 신경을 잔뜩 곤두세우고 긴장해, 코를 킁킁거리면서 느릿하게 앞으로 걸어왔다. “제트 팩이나 로켓 부스터겠죠. 경사가 너무 가팔라서 장비나 도구 없이는 올라가기 힘들 겁니다. 그리고 속도도 느릴 거예요. 앙겔라의 수트로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까지 갈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려면 산등성이에서 마주보고 이끌어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어려워요.” 그는 맥크리의 팔을 다시 보고는 얼굴을 찌푸린다. “당장 치료소로 가야겠어요. 독성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시가 천천히 앞으로 움직인다. 윈스턴이 맞지만, 후퇴하는 건 질색이다. “놈을 놓쳤어. 쐈는데, 그 자식을 놓쳤다고. 조명이 안 좋았어.”
“트레이서 왔어!” 레나가 통신기를 울렸다. “늦어서 미안해, 친구들. 경보음을 듣고 화물 구역을 수색했어. 누가 침입한 흔적은 없고, 발사대 쪽도 마찬가지야.”
윈스턴이 통신기에 손가락을 댄다. “확인이 정말 빠르군요.” “트레이서 요원의 정찰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아테나가 덧붙인다. “침입자가 제 센서에서 사라졌습니다. 추적할 수 없어요. 절벽에서 벗어난 게 분명합니다.” “라인하르트 연결!” 기사가 우렁차게 외친다: 윈스턴과 맥크리는 동시에 머리를 숙이며, 그 성량에 얼굴을 찌푸린다. “침입자는 어디 있나? 지금 전면 화물 구역으로 가고 있네!” “살짝 늦으셨네!” 트레이서는 거의 웃고 있다. “거긴 벌써 다 확인했어요, 덩치 큰 친구!”
제시도 뭐라고 말하려 하지만, 팔꿈치에서 바닥으로 부드럽게 뚝, 뚝 떨어지는 피 때문에 통신에 집중할 수가 없다.
“메르시, 맥크리가 치료소로 가고 있습니다.” 윈스턴이 통신으로 말한다. 그가 출입구 키패드를 두들기고, 통로로 이어지는 문을 밀어 닫는다. 울려대던 경보음이 멈춘다: 바깥에서는, 점멸등이 계속해서 감시 기지 외벽과 임시 발판을 붉은 네온 빛으로 훑고 있다. “화살에 맞았어요, 독이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화살이라고!” 트레이서가 말한다. “그거 참! 특이한 저격수네.”
맥크리는 팔을 움켜쥔 채로 벽에서 떨어진다. 팔꿈치가 고통스럽게 욱신거리며 맥박친다. 상처는 의수가 시작되는 부분에 가까웠다. 조금만 더 낮았다면 금속판에 맞았을 거다. 조금만 더 높았다면 섬광탄을 던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살은 팔 전체를 딱딱하게 굳어서, 쓸모없게 만드는 위치에 꽂혔다. 오른손 엄지로 피스키퍼를 장전할 수는 있지만, 균형이 엉망이다. 자세가 심하게 기울어졌다.
맥크리의 사고는 하나의 확신 속에서 맴돌다가 방전된다. 네 개의 단어가 심장에 새긴 문신처럼 머릿속에서 쿵쿵 뛰어댄다 : 똑똑한 놈이야, 잘 쐈어 (clever fella. Good shot).
“알겠습니다.” 앙겔라가 통신기 너머로 응답한다. “맥크리를 받을 준비가 됐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시.” 정말 자신감 있는 목소리다. “금방 빼내고 꿰매 줄게요.” “주변을 순찰하고 있네!” 라인하르트가 우렁차게 소리친다. “레-나! 함께 하세나! 하-하! 그 암벽 등반가 녀석이 보이기만 하면, 즉시 우리가 잡아오겠네!” “가고 있어요, 덩치 큰 친구!” 트레이서의 활기찬 목소리가 통신기에서 멀어진다. 무거운 것 두 개가 규칙적으로 철컹거리며 부딪히는 것 같은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윈스턴은 더 이상 꾸물거릴 생각이 없다: 맥크리가 복도를 내려가기 시작하자 그가 움직인다.
윈스턴은 맥크리의 -- 창백하게 빛나는 화살이 아직도 챙에 꽂혀있는 -- 모자를 집어들고, 뒤를 따라 내려간다.
똑똑한 놈이야. 잘 쐈어. 똑똑한 놈이야. 잘 쐈어.
앙겔라 치글러가 제시 맥크리에게서 화살을 빼내는 데 30분이 걸린다. 라인하르트와 트레이서는 습격자의 다른 흔적을 찾아내지 못한다: 윈스턴은 그 30분의 시간 대부분을, 찍혔을지도 모르는 암살 용의자를 찾아 감시 카메라 데이터를 훑어보는 데 사용한다. 맥크리는 앙겔라의 콘솔을 통해 윈스턴이 맹렬하게 타이핑하는 걸 지켜본다. 그 유인원은 안경을 바로잡거나 코 밑을 긁을 때를 빼고는 전혀 멈추지 않았다. 옛날이랑 똑같군, 긴장감과 갑작스러운 안도감이 이상하게 섞인 머릿속 안개 너머로, 멍하니 그런 생각이 든다. “옛날이랑 똑같네요,” 앙겔라가 소리내서 말해 맥크리가 놀란다. 그녀는 거의 노래하듯, 가볍지만 걱정스럽게, 환자를 좋아하기도 하고 환자에게 화나기도 한 외과의사 같은 톤으로 말한다. “그나저나, 마지막으로 꿰매 주고 몇 년이 지났는데, 그새 피부가 좀 탄 것 같아요.”
“그 앨버커키 태양이 말이죠,” 맥크리가 느릿하게 말한다. 덜 긴장한 상태였다면, 능글맞게 웃었을 것이다. “조심하지 않으면 사람을 까맣게 태워버린답니다.”
“그렇겠죠,” 앙겔라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보안경 너머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휙 넘긴다. “자외선 차단제, 아직 쓰고 있길 바라요.” 그녀가 마지막 한 올을 꿰맨다. “차단지수 35나 더 높은 거, 자외선은 조심하면 할수록 좋으니까요.”
맥크리는 웃음을 삼킨다 -- 따뜻한 기분이다. 약간 당황스럽긴 하지만. 방금 화살촉 길이가 거의 위스키 잔만한 화살을 팔에서 빼낸 메르시가, 꾸중을 하다니! 자외선 차단 같은 것들에 대해서! “저 알잖아요, 선생님.” 제시가 비꼬듯 말한다. “항상 선생님 말 잘 듣는 거. 어기는 건 꿈도 안 꾸죠.”
“그래요, 이제 움직이지 마세요.” 앙겔라가 의료도구 트레이를 옆에 가져다 놓자, 가위가 찰칵거린다. 그녀가 장갑 낀 손끝으로 꼼꼼하게 이두박근을 누른다. “어때요? 아픈가요?”
“아니오, 선생님.” 제시는 앙겔라가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수술대에 옆으로 누워서 왼팔을 쭉 뻗고 있다. “따끔하지도 않아요.”
“좋아요.” 그녀가 미소짓는다. “국소마취제 효과는 한 시간 안에 사라질 거에요. 아마 진통제가 필요하겠죠. 그래도 너무 많이 복용하면 안 돼요. 붓기가 가라앉으면 힘줄을 재건하는 수술 일정을 잡아야 할 겁니다.” 앙겔라가 일회용 물티슈 한 박스를 잡아뜯고 의자를 책상 가까이로 당긴다. “이번 주 안에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제시가 한숨을 쉰다. 머리가 아프다: 편두통이 눈 바로 뒤를 두들기기 시작한 것 같다. “돌아온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벌써 살을 째고 있네요.”
앙겔라가 혀를 찬다. “무슨 소리를.” 그녀는 의자 끝에 구두 뒷굽을 걸고 앉아서, 피부에 묻은 피를 닦기 시작한다. “재소집 이후 첫 부상이 제가 쉽게 고칠 수 있는 것이었다고 보는 게 나을 거에요. 화살촉이 그렇게 컸는데 부러진 뼈도 없고, 기적 같아요. 더 심한 부상이 될 수도 있었어요.”
윈스턴이 콘솔 화면에서 낮게 신음한다. "정말 이상한걸요." “뭐가?” 맥크리가 묻는다. “감시 카메라와 센서에 아무 흔적도 없습니다.” 윈스턴이 대답한다. “아무것도, 그림자조차 없어요. 발자국도, 움직임도 없어요. 완전히 시야 밖에서, 절벽 밑에서 곧바로 올라왔을 가능성밖에 없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음, 벨트나 도구를 사용했다면, 고정점을 만들어야 했겠죠.” 윈스턴이 스크린을 향해 손짓을 하며, 설명을 계속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한 곳에 오래 있어야 했을 테니까, 분명 센서 드론에 모습이 잡혔을 겁니다. 아테나가 15분마다 드론으로 외부를 스캔하니까요. 아주 대단한 기술이 없다면, 그렇게 빨리 고정점을 잡고 라펠 강하로 착지해서 화살을 쏘고 도망쳐나가기는 정말 힘들 겁니다.”
맥크리는 왼쪽 발을 꿈틀거린다. 박차가 짤강거린다. 그는 마음 한 구석으로는 당황스러운 감정을 받아들이고 싶어한다. 무방비 상태로 당하는 건 자기답지 않았고, 빗나가게 쏘는 건 더더욱 그랬다. 물론, 조명이 나빴을지도 모르지만 -- 그는 더 나쁜 기상 조건에서 더 멀리 있는 것도 맞춘 적 있고, 아직 명사수다. 진찰대에 반듯이 누운 맥크리는, 약하고 어색한 기분이 든다. 앙겔라는 그가 벨트와 홀스터를 벗게 했다: 셔츠 소매는 어깨까지 걷어올려졌다. 여기서 담배를 피우도록 허락해주기 전에 그녀가 그를 죽일 가능성이 더 컸다. 맥크리는 불편하게 몸을 움직인다. “솔직히 말하면, 그 놈이 얼마나 오래 거기 있었는지 모르겠어. 내 시야 밖에 있었어.”
“만약 죽일 의도로 온 거라면, 아무도 모르는 거죠.” 윈스턴이 중얼거린다. 제시는 자신의 의수를 닦고 있는 앙겔라에게로 시선을 이동시킨다. “선생님 생각은 어떠신지?”
앙겔라는 분홍빛 입술을 일자로 굳게 다문다. 그녀는 임무에 충실해 보인다 -- 너무 충실하다, 오가는 대화에 신경이 쓰이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 중이에요.”
“아, 물론 놈이 도마뱀처럼 춤추면서 바위를 기어내려오진 않았겠죠.” 맥크리가 눈썹을 찌푸리며, 느릿하게 말한다. “조명이 나쁜 곳에서밖에 보지 못해서 -- 사실은 남자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키가 커 보이진 않았으니, 여자일 수도 있죠. 모르는 거지만. 자세가 강했어요. 다리가 의족일지도 모릅니다. 내 말은 -- 활을 당기고, 겨누고 있는 게, 거의 조각상 같더라구요.” 그가 시험대 패드에 머리를 뒤로 기댄다. “무슨 바위의 일부라도 된 것처럼.”
“트레이서와 라인하르트 요원이 수색을 중단했습니다,” 아테나가 머리 위에서 끼어든다. “다음 48시간 동안 위협 수준을 상향 유지하고, 센서 모니터링 간격을 더 짧게 줄이겠습니다.”
윈스턴이 묻는다. “디스크에 그만한 데이터를 저장할 공간은 충분해?” “아니오.” 아테나의 디스플레이가 깜박거린다. “하지만 괜찮으시다면, 8시간마다 피드를 갱신하고 캐시를 지워서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뭔가 걸리는 게 없는지 계속 모니터링해야 할 거에요, 윈스턴. 놓치는 영상이 없도록 다른 요원들과 교대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맥크리가 한숨쉰다. “나도 하지. 어차피 잠도 못 잘 거야. 이틀 동안 카메라 쳐다보고 있는 게 휴식에 제일 가까울 것 같군.”
“쉬세요,” 앙겔라가 끼어든다. “지속적인 경계 상태는 뇌파에 해롭고 치유 과정에 방해될 수 있어요.” 그녀가 구둣굽으로 의자를 빙글 돌린다. “윈스턴, 레나나 토르비욘의 도움을 받도록 해요.”
“제시도 할 수 있어요.” 윈스턴이 어깨를 으쓱한다. “제시가 아까 말했던 것처럼, 그냥 앉아서 몇 시간 카메라 쳐다보는 겁니다. 몸 쓰는 일 없어요.”
“보던 TV 좀 마저 보게 해 줘요,” 맥크리가 약하게 씩 웃어 보이며, 쉰 소리로 말한다. “요 몇 달간 느긋하게 쉬어본 적도 없다구요, 선생님. 여가 시간 좀 갖게 놔 주시죠.” 앙겔라가 차가운 눈으로 맥크리를 바라본다. “다음에 꿰맨 실 뺄 때 국소마취제 안 놔 줄 거에요. 제발(Bitte).” 그녀가 더러워진 티슈를 휴지통에 던져넣고 장갑을 휙 벗는다. “지금 맞은 게 효과가 떨어지면 필요할 물건을 좀 가져올게요.”
앙겔라는 일어나서 방을 가로지르다가, 책상 위에 개어져 있는 맥크리의 빨간색 서라피와, 그 위에 놓인 화살 꽂힌 모자를 본다. 앙겔라가 멈춘다. 그녀는 모자를 향해 걸어가, 작고 창백한 손으로 모자 챙을 잡고, 집어든다.
“모자를 쐈군요,” 앙겔라가 작게 말한다. 제시가 턱을 몸 쪽으로 당겨 고개를 든다. “그런데요.”
“그렇다면, 머리를 노렸다는 거군요.” 앙겔라가 깃 바로 윗부분의 화살대를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며 말한다. “그런데 빗맞췄고요.”
윈스턴이 귀밑을 긁는다. "그래도 두 발째는 맞췄잖습니까." “팔을 노린 거에요.” 앙겔라가 푸른 눈을 가늘게 뜨고, 화살깃을 시선과 손끝으로 훑으며 말한다. “약점에 명중했지만 뼈는 부러지지 않았죠. 근육을 관통시킬 의도였던 겁니다.”
“그럴 의도였다구요?” 윈스턴이 반복한다. “그럼 첫번째 화살을 일부러 빗맞췄다는 겁니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네요,” 제시가 말한다. “처음부터 죽일 의도가 없었다는 거죠.” 그는 얼굴을 찌푸린다: 메르시가 떠올리고 있는 그 상황을 이해하자, 햇볕에 그을린 얼굴이 저절로 어두워지고 일그러진다. “그 정도 거리에서, 내가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있었으니, 내 몸 어디에든 원하는 대로 화살을 관통시킬 수 있었을 겁니다. 그걸 원했다면 얼마든지.”
“당신이 그 남자를 쐈고,” 앙겔라가 덧붙인다. “그리고 나서 그 남자가 쐈죠.”
윈스턴이 헛기침을 한다. “그러니까, 제시가 먼저 쐈군요.”
맥크리가 콧방귀를 뀐다. “내가 먼저 쐈지.”
“당신이 먼저 쐈는데도,” 앙겔라가 끼어든다, “당신을 죽이고 싶어하진 않았어요. 자기방어 차원에서조차도. 화살은 잘 조준되어 있었어요. 죽이는 것보다는 도망치는 게 이 남자의 목적이었고, 실제로 해냈죠, 모두가 봤듯이.” 그녀는 뭔가 특별한 것을 찾기라도 하듯 화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 단서, 흔적. “전 이 사람이 암살자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해치러 온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윈스턴이 코웃음친다. “음, 좋은 일을 해주러 온 것도 아닌 것 같은데요, 치글러 박사님.” “내가 쏘지 않았다고 해도, 놈이 안 쐈을지는 모르는 겁니다.” 맥크리가 한숨을 쉰다. “말싸움할 가치도 없어요. 무장해 있었고 공격할 준비도 되어 있었다고요. 어떻게 그 절벽 위에 있었는지, 어떻게 도망친 건지 --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 놈을 찾아서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건지 알아내야 해요.” “같은 생각이에요.” 앙겔라가 서라피 위에 모자를 돌려놓는다. 그녀는 윈스턴이나 맥크리 쪽으로 돌아서지 않는다. 그녀가 조용해진다: 윈스턴은 다시 카메라 영상을 넘겨보기 시작하고, 맥크리는 수술대 쿠션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고 두통을 억누른다. 앙겔라는 의료 도구에 전기를 공급하는 캐비닛들이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가 방을 채우도록 놔둔다. 마침내 말하기로 결심할 때까지. “그 사람에 대해서 누구에게 먼저 물어봐야 할지 제가 아는 것 같네요.”
맥크리가 한쪽 눈을 뜬다. 그가 혀끝으로 입술을 적신다. “그게 누굽니까?” “그 사람 동생.”
윈스턴이 올려다본다. 맥크리는 앞으로 당겨 앉는다. 아테나의 A자 모양 엠블렘이 흥미롭다는 듯 스크린에서 반짝인다. 맥크리는 목까지 심장이 튀어오른 것 같은 기분이다.
모든 눈과 센서가, 생각에 잠긴 모습으로 돌아선 치글러 박사를 향한다. 눈가에 슬픔과 회한이 비친다: 제시는 그녀가 이런 표정을 하는 걸 여러 번 봤다 -- 보통은 일하느라 지쳤을 때. 하지만 이런 침울함은 새로운 종류다. 제시는 이번 주에 처음으로 그 표정을 봤다.
잭과 게이브에 대해 물었을 때.
“동생이라구요?” 윈스턴이 얼굴을 찡그리며, 크게 소리친다.
앙겔라가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털어낸다.
“그래요,” 그녀가 마침내 대답한다. “여러분이 잘 아는 이름으로 말하면: 겐지.”
사건 4일 후, 스케이트를 가진 루시우라는 꼬맹이가 브라질에서 날아왔다. 아침 식사 시간에 감시 기지 식당에서 레나가 모두에게 그를 소개한다. 루시우는 과장 없이, 쾌활함 그 자체다 -- 미소와 하이파이브로 이루어진 것 같다. 루시우는 라임빛이 도는 초록색 져지에 헐렁한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다. 발끝에 개구리가 그려진 노란색 운동화가 리놀륨 바닥을 끽끽거린다. 가방에는 롤러블레이드가 매달려 있고, 목에는 헤드폰이 걸려 있다. 아무도 루시우가 그만큼 키가 작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고, 아무도 그 에너지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윈스턴!” 루시우가 노래를 흥얼거리듯 말한다. “오랜만이야, 아미고!” 그가 윈스턴에게 주먹 인사를 제안한다. 윈스턴은 호응해 주지만, 그 동작에 당황한 듯 약간 반응이 늦다. “Man, 나 너무 흥분돼” -- 소년은 갑자기 펄쩍 뛰어오르더니, 팔을 휙휙 돌리고, 손가락을 리듬에 맞춰 튕긴다. 원-투, 원-투 -- “인생에 둘도 없을 기회야, 여기 와서 얼마나 기쁜지 말문도 못 열겠어.” 이 음악 치료사는 트레이서와 윈스턴의 제의로 오버워치에 신규 영입됐다. 그들은 사회의 변화와 음악의 힘에 의한 치유를 주장하는 루시우의 소셜 미디어 글을 보고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고 1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그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지브롤터로 향하는 가장 빠른 비행기를 예약했다. 장비 수속과 운송 비용으로 추가금 2000 레알이 들었다. 그는 현금으로 지불했고 도착해서 최종 목적지까지 모든 장비를 배송으로 부쳤다. 평소 같았다면 제시는 이런 열정적인 성격에 이끌렸을 것이다. 프로필에는 그 소년이 대단한 자유의 투사라고 나와 있고, 두 개의 음악이 부드럽게 전환되게 하는 크로스페이드 수트의 놀라운 설계에 대한 소문 또한 자자했다. 하지만 수술 이후로 심해진 왼팔의 통증 때문에 문제가 좀 생겼다. 잠이 오지 않았다. 원래 맥크리의 잠버릇은 집고양이의 그것 같았다 : 깜빡깜빡 잠들고, 낮잠을 자고, 폭면하고. 안전하고 적당한 공간이 있으면 아무 때나 잠에 빠져들고. 공동 숙소에 돌아와서 그 습관이 고쳐진 건 아니다. 습격당하고 나서부터 상태가 나빠진 것이다. 침대에 누워서 -- 이불 밑에서 몸을 새우처럼 말고, 희미하게 곰팡이 냄새가 나는 싸구려 베개에 머리를 기대면 -- 맥크리는 한 시간 안에 다시 일어난다. 뇌가 전원을 끄지 않는다. 아주 작은 소음에도 눈이 번쩍 뜨인다. 그는 앙겔라에게 수면제를 달라고 할까 고민한다. 맥크리는 커피를 한 잔 따라낸다. 그는 머그 컵을 들고 한 모금 마시고서 거의 뿜을 뻔한다. 식당 커피는 라인하르트가 맡고 있는데, 오늘은 너무 진하게 우려내서 거의 커피를 씹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게 바로 자네가 놓치고 있던 걸세!” 기사가 거대한 손으로 맥크리의 오른쪽 어깨를 두들기며 웃는다. “미국인들이 어떻게 커피를 마시는지 안다네, 맥크리, 그냥 물하고 콩 아닌가! 하지만 이걸 마시면, 믿어보게” -- 그가 주전자를 높이 들어올린다 -- “가슴에 기운이 펄펄 나지!” 라인하르트가 너무 세게 주전자를 내려놓는 통에 커피가 주전자 가장자리로 튀어올라 넘친다. 제시가 중얼거린다. “뭐가 나긴 하겠군요, 그래.” 따스하고 행복한 오전 8시의 가슴쓰림 같은 게 말이지. 제시는 평소 같았으면, 라인하르트에게 20가지 정도의 짖궂은 맞장구로 받아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맥빠지고 둔한 기분이다 -- 그로기 상태다. 따라갈 수가 없다. 모두가 토르비욘이 만든 아침 식사 앞에 앉는다 : 달걀, 소시지, 호밀빵, 죽, 반짝이는 블루베리 한 그릇. ¹⁾그라블락스 연어 한 접시씩이 각자에게 돌아가고 (맥크리는 사양하며, 눈을 빛내고 있는 트레이서에게 자기 몫을 양보한다), 앙겔라가 구운 크로와상 한 바구니가 따라온다. “그래,” 모두가 음식을 밀어넣기 시작하자 토르비욘이 새 동료에게 말한다. “자네가 그 요란한 음악하는 친구로군.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비슈카르 사를 애먹인 녀석 말이지.” “그게 나죠.” 루시우가 바스락거리며 갈색 설탕 봉지를 뜯고 죽에 뿌린다. “그걸로 아주 조금 유명해졌죠. 그래도 그것 때문에 여러분이 불편하진 않으실 것 같은데.” 토르비욘이 말했다. “그래, 우린 신경 안 써.” 그가 딱딱한 토스트 위에 마가린을 두껍게 바른다. “어차피 우리가 이렇게 다같이 모여서 아침밥 먹기만 해도 다시 유명해질 텐데 뭘.” “페트라스 조약으로 모든 오버워치 활동이 불법화됐거든요.” 윈스턴이 바나나 껍질을 벗기면서 덧붙인다. “법적으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전(前)오버워치 스탭들을 감시 기지에 다시 모으는 것만으로도, 이미... 좀 밀어붙이고 있는 셈이죠. 하지만, 당신을 영입하면서, 루시우” -- 그가 바나나로 소년을 가리킨다 -- “우린 조약을 실제로 위반했어요.” “대놓고 선을 넘었지.” 토르비욘이 기쁘게 동의한다. “세상에 이것보다 부당한 게 있을까. 한 방 먹여서 정말 기분이 좋아. 세상은 예전만큼 오버워치를 필요로 해. 더할지도 모르지, 돌아다니는 옴닉들에 변절자 무리들까지 나타났으니.” “우린 주목받을 거에요.” 앙겔라가 커피를 저으며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돌아오고 있고, 새로 영입할 인재들도 많으니까.” 그녀가 머그 컵을 홀짝인다. “이런 일이 오랫동안 조용하게 있을 순 없죠.” “주목을 끌게 되면 그걸 잘 다룰 겁니다.” 윈스턴이 단언했다. “시간을 들여서 능력을 강화하고, 정비를 갖춰서 정보 수집 임무를 몇 개 하고 진짜 싸움에 들어갈 계획이에요. 우리가 예전처럼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돌아왔다는 걸 증명하면” -- 윈스턴이 입이 귀에 걸리도록 활짝 웃고 있는 라인하르트와 시선을 교환한다. “-- 페트라스 조약을 철회시키고 다시 원래대로 활동할 수 있을 겁니다.” “루시우!” 트레이서가 말한다. “리우에서 했던 일 얘기해 줘!” 그녀의 턱이 신나게 위아래로 움직인다. “파벨라에서 비슈카르랑 했던 거!” 루시우가 땋은 머리를 휙 넘기며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뭐, 제가 전부 다 한 건 아니에요. 리우 데 자네이루의 민중 시위였죠. 비슈카르가 들어와서, 도시를 재개발한대나 뭐래나. 우리 이웃집들을 다 허물어버리고 비슈카르 기술로 재건축을 한다는 커~다란 계획이 있었답니다. 그게 투표권 가진 사람들하고는 안 맞았던 거죠. 파벨라는 우리 집이고, 오래된 전통이거든요. 그리고 사람들이 목소리를 냈어요. 항의하고 시위했는데도 기업에선 전혀 듣질 않았고.” 루시우가 설탕 봉지를 하나 더 집어든다. “진짜 괴로웠다구요, you know? 허물어지기 직전인 우리 집을 보는 게. 그래서 제가 말했죠” -- 그가 입술을 다물고 ‘푸르르’ 떠는 소리를 냈다 -- “‘그래, 그게 너희들 방식인가 본데, 우리 삶을 위험에 처하게 하면 리우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알게 될 거야.’” 루시우가 그릇 안으로 설탕을 나선형으로 부어넣는다. “시민들의 삶을 위험에 빠뜨렸다구요?” 앙겔라가 커피잔 너머로 얼굴을 찡그리며 묻는다. “그냥 하이테크 건축 회사인 줄 알았는데. 추구하는 디자인이...” “고급화?” 루시우가 눈썹을 치켜들고, 까만 눈으로 탁자 건너편의 앙겔라를 강하게 쳐다보면서 말을 끊는다. “맞아요, 그게 그놈들 전문이죠. 그리고 다른 것들도 있는데 말이죠, y'know, 통행 금지, 노동력 착취,” -- 루시우는 혐의를 하나 댈 때마다 장갑 낀 손가락을 하나씩 편다 -- “과도한 경찰력 동원, 불법 억류, 재판도 변호도 없는 구속에...” 앙겔라가 물러난다. 그녀는 바로 옆에서 흥미롭게 이야기를 듣고 있던 라인하르트와 시선을 교환한다. “아, 그렇군요.” “짜게 굴려는 건 아닌데,” 루시우가 완전 짜게 굴려는 의도로 가득한 태도로 대답한다. “사실을 알고 보니, 비슈카르는 풀숲 속에 숨은 커다랗고 늙은 뱀이었다구요. 이미지 관리는 끝내주죠. 범죄 은폐하는 건 더 잘하고.” “꽤 심각한 범죄들이로군,” 맥크리가 달걀에 칠리 소스를 뿌리며 말한다. “나도 비슈카르가 작은 집들까지 부숴버리는 걸 좋아하진 않아. 지구상 모든 구석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지. 어떻게 놈들이 돌아오지 못하게 했나?” 루시우가 웃음을 터뜨린다. 제시는 루시우가 의자에 기대앉는 모습을 보며, 레나보다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하고 있어요, man. 비슈카르가 떠나고 나서 녀석들 기술을 손에 넣고는 다같이 도시를 청소했죠. 누구의 집도 무너지지 않았고, 누구의 땅도 뒤엎히지 않았어요. 단결의 힘이죠.” 그가 오른손 주먹을 들고 맥크리의 얼굴을 향해서, 천천히 공중으로 펀치를 날린다. 그가 외친다: “다-안-결!” 라인하르트가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그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기엔 자넨 너무 어려.” “헹.” 루시우가 양손으로 깍지를 낀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흠, 뭐.” 그는 씩 웃고 있다. “마흔여섯? 마흔다섯?” “하.” 라인하르트가 루시우의 얼굴에 대고 악의 없이 손가락을 흔든다. “이 녀석 좀 봐! 나한테 아부하려고 하네!” 대화는 대중 문화와 TV 쇼 쪽으로 흘러간다. 라인하르트는 자신이 좋아하는 중세 판타지 시리즈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옴닉 사태 훨씬 전에 출판되어서 곧 세 번째 리메이크가 TV로 공개될 예정인 작품이다. 제시는 조용히 달걀을 먹는다. 왼쪽 팔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그는 앙겔라가 쳐다보고 있을 때 윗팔을 문지르는 실수를 한다. 아파요? 그녀가 옅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입모양으로 묻는다. 맥크리는 달걀 마지막 조각을 씹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앙겔라가 얼굴을 찌푸린다. 봐 줄까요? 맥크리가 고개를 젓는다. 잠이나 자야겠어요, 그가 입모양으로 대답한다. “--- 그리고 완결을 안 냈다고!” 라인하르트가 탁자를 주먹으로 두들기며 포효한다. “이건 범죄일세, 환상적인 이야기를 써서 수백만의 마음을 앗아가 놓고, 책을 5개 내고, 미완성 상태로 남겨놓다니!” “여기서 기사랑 용은 심각한 문제야,” 약간 당황스러워하고 있는 루시우에게 레나가 다 들으라는 듯 속삭인다. “여기서는 뭐, 보통이라고 할 수 있지.” “원작이 없어!” 라인하르트가 계속한다. “아예 없어! 시리즈를 리메이크할 때마다 항상 결말이 달라! 계속 새 감독이 와서 마틴이 어떻게 완결을 냈을지에 대한 이론을 바꾸고” -- 라인하르트는 너무 열성적으로 말하느라 맥크리가 탁자에서 일어나는 걸 알아차리지 못한다 -- “그리고 항상, 항상” -- 맥크리가 모자를 쓰고 조용히 두 손가락으로 테이블에 경례를 보내는 것도 모른다 -- “점점 신빙성이 떨어지고, 매번 더 많이 죽이기만 하지. 불필요한 죽음이 점점 더 많아지고, 용은 덜 나오고, 상스러운 대사에, 노출만 더 많아지고 --” 맥크리는 식당을 뒤로 하고 숙소가 있는 층으로 내려간다. 그는 통신기를 꺼야겠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친절한 말상대가 되어 주기엔 너무 우울했다. 방으로 걸어가는 동안 텅 빈 복도가 짤강거리는 박차 소리로 울린다. 맥크리가 비밀번호를 누르자: 잠금이 풀리고 문이 옆으로 열린다. 그는 들어가서 문을 닫고 잠금 버튼을 엄지로 누른다. 바닥에 버려져 있던 알루미늄 소다 캔이 걷어차여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탁자 밑으로 굴러간다. 텅 빈 담배 상자가 그 다음으로 발에 걸린다. 제시가 비틀거리며 전등 스위치를 켜자: 천장에 달린 할로겐 등 불빛 아래로 허름한 방이 비춰진다. 스위스 본부에 있던 숙소와는 완전히 다르지만, 제시는 어쨌든 방이 있어서 좋았다. 방 안쪽 벽에는 딱딱한 매트리스가 깔린 이층 침대가 붙어 있고, 붙박이장과 서랍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방에 연결된 작은 공간 안에는 화장실과 욕실을 나누는 조잡한 가림막이 있다. 가구는 몇 개 없다: 플라스틱, 비닐, 싸구려 합판. 찬장과 옷장 사이에 고정된 컴퓨터 콘솔 위에는 모니터가 두 개 올려져 있다. 바닥은 쥐가 부분부분 갉아먹은 빨간 러그에 반 정도 덮여 있다. 맥크리는 한숨을 쉰다. 그는 어깨를 돌려 보고, 인상을 쓰며 윗팔을 문지른다. 맥크리는 빠르게 방 상황을 확인한다 : 침대 (지저분함), 바닥 (쓰레기가 많음), 욕실 (샤워기 있음), 냉난방 장치 (냉방 모드), 소형 냉장고 (꽉 참). 진통제 (찬장 맨 위에), 빗 (바로 그 옆에), 문 (잠김), 딱 하나 있는 창문 (닫힘). 가슴 보호대 (바닥에 버려짐), 덧대 입는 가죽 바지 (여기 어디 있을 텐데), 무릎 보호대 (비스킷 포장지 더미 옆에). 탄약 (찬장 위에 있는 상자 안에), 섬광탄 (침대 옆에 있는 큰 나무 상자 안에), 담배 (빌어먹을 -- 아까 걷어차버린 게 마지막이었나 보다). 맥크리는 벽시계를 확인한다 : 0922. 피스키퍼는 서랍 안에 들어있다. 침대에 누워 있을 때 필요하면, 그냥 손을 뻗기만 하면 된다. 맥크리는 벨트를 풀어서 회색 벽에 붙어 있는 코트 걸이를 향해 던진다: 벨트 버클 끝부분이 벽에 부딪힌다. 제시는 몸을 굽히고 올이 풀려나가고 있는 홀스터를 확인한다. 탄약통 홀더가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다시 꿰매지 않으면 떨어질 것 같다. 맥크리는 모자를 텅 빈 책꽂이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는다. 그리고 갈색 셔츠를 머리 위로 당겨서 벗고 -- 왼팔을 압박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 두 개 있는 의자 중 하나에 걸쳐 놓는다. 침대 옆에는 전신 거울이 수직으로 걸려 있다. 누가 언제 마지막으로 닦았는지도 모를 만큼 더럽다. 오른쪽 구석에는 검은 자국이 있고 아랫부분에는 거미줄 같은 균열이 퍼져 있다. 누가 걷어차서 깨진 것 같다. 제시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흘끗 본다. 그는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더 곧게 몸을 편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똑바로 보려 몸을 돌린다. 제시 맥크리는 서른여덟이었고 그 나이로 보였다. 그는 덩치가 크진 않았다. 라인하르트 빌헬름과 함께 살면 누구라도 덩치가 크다는 것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하게 되고, 제시는 체구로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뼈대는 튼튼하고, 넓은 어깨는 보기 좋은 근육질이었다. 제시는 아까 방을 살펴본 것처럼, 자기 자신을 검토한다 : 햇볕에 탄 피부, 진흙색 눈, 큰 입과 진한 눈썹. 가슴과 팔뚝을 덮은 굵고 짙은 털. 통제가 불가능해지고 있는 턱수염. 그는 모든 면에서 지저분해 보였다 -- 날씨에 닳아 끝부분이 해지고 봉제부위가 뜯어지고 있는 그의 옷처럼 말이다. 갈비뼈와 어깨에는 긴 상처가 나 있다. 젊었을 때 떡 벌어져 있던 가슴은 이제 약간 처졌다. 구부정한 자세를 하면, 복근이 접히는 살 속으로 사라진다. 맥크리는 숨을 들이마시며 배를 집어넣고, 아랫배에 둘러진 살을 꼬집는다. 예전처럼 호리호리하진 않다. 더는 ‘다부지다’고는 못 하겠다. 탄산음료를 너무 많이 마신 대가를 치러야 할 거다. 하지만 아직 : 제시는 야성적이고 악당 같은 분위기로 빛난다. 기계 팔과 붕대 -- 심지어 텁수룩한 갈색 머리카락과 살짝 나오기 시작한 배에도 불구하고 -- 그는 잘생겼다. 눈가 주름 옆으로 지는 그림자와 수염에는 뭔가 유혹적인 게 있었다. 불량배 같고, 거칠고 강인한 매력. 그는 세월이 길들이기에 실패한 존재였다. 여기까지는 맥크리가 더러운 거울을 보면서, 살짝 나온 배를 찌르며 자기 자신에게 말한 내용이다. 맥크리의 몸은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라인하르트의 이상한 얘기 속에 나오는 기사가 된 기분이 든다. 더 이상 맞지 않는 불편한 갑옷의 무게에 짓눌린 기사. 치글러 박사는 수술이 성공적이라고 했고, 신경과 근육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까지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을 거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통증 때문에 심신이 축축 처졌다. 팔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걸 떨쳐낼 수 없다는 게, 버겁고 혼란스러웠다. 그는 마음 한편으로 부상이라는 게 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게 다 자신을 쏜 개자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제시는 습격당한 날 밤을 돌이켜본다 -- 치료소에서 폭로된 사실과, 불안해하던 메르시를. “겐지에게 들었어요,” 그녀는 턱에 손마디를 대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형제가 있다고요. 일본에 남겨두고 온 형이 있다고 했어요. 사이가 어땠는지는 말한 적 없어요. 딱 한 번, 아마 형이 죽은 것 같다고 하긴 했지만.” 앙겔라는 제시, 윈스턴과 시선을 교환한다. “시마다 가문을 상대했던 임무, 둘 다 기억하죠?”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겐지는 그 임무들의 단순한 참가자가 아니었어요. 성공에 필수적인 존재였죠. 시마다 일족에 대해 겐지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었어요. 현황, 구성원, 무장 상황--” “이 호크아이가 겐지의 형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뭡니까?” 맥크리가 부어오른 팔꿈치를 가리키며 끼어들었다. “죽은 녀석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해요?” “죽은 것 같다고 했어요, 제시. 그리고 확신하는 이유는 암벽 타는 기술이에요.” 앙겔라가 천장을 가리켰다. “이런 경사를 근력만으로 기어오르고 -- 그렇게 빠르게 오르내리는 건 -- 음, 확실히 기술이 뛰어나야 할 거에요.” 그녀가 입술을 앙다문다. “정확히 말하면, 훈련이 필요하죠. 겐지가 뛰어난 운동능력을 갖도록 수 년간 받았던 훈련 같은 거요. 무슨 암살자 집안 전통으로, 가문에서 배우는 특수한 기술이라고 했어요. 시마다 일족에게만 대대로 전해진다고 했죠.” 앙겔라가 가슴 앞으로 팔짱을 꼈다. “궁술도 마찬가지에요. 아까 말씀드렸지만, 겐지는 형 이야기를 몇 번밖에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중에 한 번-- 형이 활을 잘 쏜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궁수 중 하나일 거라고요.” “경고해 주는 게 좋겠어,” 맥크리가 으르렁거렸다. “당장 통신을 연결해야 해. 진짜 겐지의 형제가 맞다면, 그 화살로 내가 아니라 겐지를 쏘려고 한 걸지도 모릅니다.” “겐지의 통신기는 꺼져 있어요.” 앙겔라가 고개를 저었다. “평화와 고독을 찾으러 샴발리에 갔으니까요. 돌아오는 길에 우리에게 연락할 거에요.” “그나저나, 겐지 형이 뭐하러 여기 온 걸까요?” 윈스턴이 물었다. “동생을 찾고 있었다면, 겐지는 여길 이미 떠났는데 -- 네팔로 따라가지 않았을까요?” 맥크리가 눈동자를 굴렸다. 그가 짜증을 내며, 느릿느릿 말했다. “늦었나 보지. 하늘을 나는 닌자 구름이 도쿄에서 좀 늦게 출발했다든가, 그런 거겠지.” “겐지에게 직접 물어봐야 해요.” 앙겔라가 갑자기 간결하게 마무리지었다. “그 동안은, 추측만 할 뿐이에요. 그 자가 돌아올지도 모르니까요.” 그녀는 대화를 마치고 싶어, 진통제를 꺼내러 의료 캐비닛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또다시, 회피하는 거다. 앙겔라와 그녀의 비밀들. 가장 놀라운 사실을 드러낸 비밀들. 세상에서 제일 잘 쏘는 궁수! 절벽을 맨손으로 오르는 궁술의 달인이 겐지의 망할 형이란다! 맥크리는 턱선을 긁는다. 그의 시선이 팔에 감긴 붕대에서, 왼쪽 갈비뼈 바로 아래의 타원형 상흔으로 향한다. 피곤에 지친 목소리가 의식 저편에서 미끄러져 온다: 또 아마리다. 낮고 연기 같은 목소리. 운이 안 좋았구나, 카우보이. 물론, 아마리는 알 것이다. 그 상처를 얻은 날에 같이 있었으니까: 블랙워치, 복무 4개월차, 야외 작전. 기지로 돌아가는 의료 수송차에서 아마리는 맥크리 옆에 앉아 있었다. 그가 들것 위에서 몸을 구부리는 걸 독수리 같은 눈으로 쳐다보면서. 망설였구나. 그 말이 맞았다. 그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반박할 수도 없었다. 넌 타이밍이 젬병이야. 그는 반박하려고 했다. 아니, 넌 타이밍이 젬병이야, 카우보이, 내가 충고 하나 해 주지. 아마리는 베레모를 거칠게 벗고, 긴 흑발을 뒤로 넘겼다. 다음 번엔, 똑똑하게 쏴. 아니면 아예 쏘지 마. 호루스 문신이 그녀의 뺨 위에서 낫처럼 반짝였다. 총이 네 손에 있을 때는 -- 아마리는 부드럽게, 따뜻하게, 치명적으로 몸을 굽혔다 -- 영혼으로 방아쇠를 당겨. 제시는 얼굴을 돌린다. 거울 보는 건 이제 됐다. 젠장, 깨어 있다는 게 아나 아마리의 유령 목소리를 듣는다는 뜻이라면 이제 그 짓도 다 했다. 맥크리는 불을 끄고: 부츠를 걷어차듯 벗어던지고 침대로 기어들어간다. 어깨까지 이불을 끌어올리고 눈을 감고, 콧구멍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술 사이로 내쉰다. 제시는 양을 세고, 머릿속으로 시계추를 흔들고, 산타 페의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상상한다. 회전초와 ²⁾뷰트와 멀리 떨어진 산들을 생각한다. 매미, 아니면 -- 사막 쏙독새 소리도. 두 시간이 지난다. 맥크리는 샛노란 태양 아래 흰 모래가 구워지는 꿈을 꾼다. 회색 비를 뿌려대는 먹구름에 태양이 삼켜진다. 맥크리는 폭풍우가 토네이도를 몰고 오기 직전에 복도에서 들려오는 쿵쿵 소리에 덜컥 깨어난다. “루시우!” 레나가 복도 아래쪽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다. “거기 괜찮아, 친구?” “어-안녕, 미안.” 두 번 더 쿵쿵거리고, 덜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루시우의 웃음소리가 숙소 벽을 간지럽힌다. “그냥 스피커 세팅하고 있었어.” 제시는 신음한다: 그는 베개 밑에 머리를 쑤셔넣고, 뺨을 매트리스에 대고 누른다. 숨쉴 때 발생하는 열 때문에 콧구멍이 간지럽다. 바깥에서는, 작아진 목소리들이 계속해서 재잘거리고 있다. 더 이상 뭐라고 하는지 들리지도 않는다. 신경쓰지도 않는다. 앙겔라에게 수면제를 달라고 했어야 했는데. 제시는 결국 잠드는 데 실패했다는 걸 인정할 때까지 5분을 꼬박 침대에 처박혀 있는다. 그는 일어나 앉아서 어깨를 돌려 보고, 서랍 속을 뒤져 속옷 사이에 묻혀 있던 담배를 한 개피 찾아낸다. 제시는 찬장에 있던 라이터를 휙 집어들고, 발을 끌며 창문가로 걸어가 유리를 옆으로 밀어 연다. 그는 담배를 꼭 쥐고, 말아서, 불을 붙이고, 피운다. 길게 한 번 빨아들이고 나자, 기분이 좀 낫다. 8시간의 방해 없는 숙면은 아니지만-- 젠장, 도움이 된다. 몇 분간 창가에서 담배를 피운 끝에, 어떤 생각이 떠오른다. 맥크리는 컴퓨터 콘솔로 걸어가 측면을 발로 찬다. 스크린이 켜지며, 파랗게 빛나며 흰색 로그인 창을 띄운다. 그는 의자에 털썩 앉아 독수리 타자로 키패드를 두들겨 로그인 정보를 입력한다. || {athena} || 로그인 >> [Agent ID]: 3945_45 || {athena} || 로그인 >> [Password]: highn00n 그는 ‘엔터’ 키를 누른다. 로그인 성공. 어서 오세요, 맥크리 요원님. “고마워요, honey,” 맥크리가 이 사이로 담배를 문 채, 소리내서 대답한다. 그가 손끝으로 자판을 천천히 눌러나간다. || {athena} || 검색 >> [입력]: 겐지_ 검색중... 236개의 결과가 검색되었습니다.
시마다 겐지 연령 : 35세 국적 : 일본 직업 : 모험가 행동 근거지 : 샴발리 수도원, 네팔 소속 : 오버워치 [재소집] 관계자 : 해당 없음 주 무기[계속.]... “아냐,” 맥크리가 담배 끝을 씹으며 검색 창을 닫는다. 그는 ‘엔터’ 키를 누르고 다시 시작한다. || {athena} || QUERY >> [INPUT]: 겐지 관계자_ 검색중... 0개의 결과가 검색되었습니다. “하.” 맥크리는 다른 검색어를 시도해 본다. || {athena} || QUERY >> [INPUT]: 겐지 가족_ 검색중... 0개의 결과가 검색되었습니다. 맥크리가 눈을 가늘게 뜬다. 그는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계속 타이핑한다. || {athena} || QUERY >> [INPUT]: 겐지 형제_ 검색중... 0개의 결과가 검색되었습니다. 실망에 찬 한숨을 내뱉자마자, 스크린에 새로운 메시지가 뜬다. 요원님, 음성 인터페이스로 검색을 도와드려도 괜찮을까요? 제시는 움찔한다. 복도에선 더 이상 루시우나 트레이서의 소리가 들려오지 않지만, 자기가 검색하는 내용을 다른 사람이 우연히 들을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낮게 ‘에-’하고 부정하곤, 담배를 문 입술을 오므리며 타이핑으로 대답한다. 상처가 아파오기 시작해서, 오른손만을 사용한다. || {athena} || SYSTEM >> [INPUT]: 아니 괜찮아요 아테나 고맙지만 괜챃ㄴ아요_
답신은 거의 즉시 도착한다. 알겠습니다, 요원님. 더 궁금하신 게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여쭤보세요. “아주 친절하시군요, darlin’,” 맥크리가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며 중얼거린다. || {athena} || QUERY >> [INPUT]: 시마다 형제_ 검색중... 29개의 결과가 검색되었습니다. “빙고,” 스크린이 로딩을 시작하자 제시가 쉰 소리로 말한다. 빨간색과 하얀색이 섞인 창이 삑 소리를 내며 나타난다. 경고 : 외부 링크는 안전하지 않은 웹사이트로 연결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계속하시겠... “하라고, 제기랄.” 제시는 경고 메시지가 다 뜨기도 전에 검지 끝을 엔터 키에 쑤셔박는다. 첫 번째 글은 오사카 매스컴에서 낸 기사였다. 일-영 번역기를 사용해서 읽어야만 했다. 번역된 결과물은 딱 그럭저럭 읽을 만한 수준이다. 시마다 가문의 사업가 겸 CEO가 향년 75세로 세상을 떠나다 - 시마다 고로 추모회, 하나무라에서 개최 제시는 페이지의 나머지 부분을 훑어보지만 아주 조금밖에 이해하지 못한다. 기사에는 시마다 가문의 가장이 하나무라에 있는 자택에서 평온하게 잠자듯 죽었다고 적혀 있었다. 장례식에는 관계자만 참석했고 추모회에는 일반 대중들까지 모두 참여했다. 사진은 없다. 페이지에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발행 날짜가 있다. 둘 다 11년 전이다. 가장 아랫부분에는 -- 번역기가 이상하게 번역한 -- 문장이 하나 있다 : 시마다 형제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며. 그 문장 뒤에는 4개의 한자가 있고, 그 중 2개는 같은 모양이다. 제시는 그게 이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제시는 눈이 아파올 때까지 실눈을 뜨고 스크린을 쳐다본다. 일본어를 알기만 했더라면. 두 번째 글은 뉴 재팬 타임즈의 기사다. 결과물이 첫 번째 것보다 더 실망스러워서, 다 읽어볼 필요도 없다. 기사는 하나무라에서 열리는 전통 혼례식들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그 중 하나는 시마다 성에서 치러진 것이었다. 맥크리는 이 글을 쓴 기자가 여행지를 홍보할 목적이었는지, 아니면 특수한 이해관계가 있었던 건지 확실히 구분할 수 없다. 기사의 주제는 논평에서 일화로 튀었다가, 공무원들이 인터뷰로 지역 경제를 발전시켜 주는 시마다 가문을 찬양하는 부분으로 이동했다. 페이지는 분홍색 꽃들로 둘러싸인 거대한 상아색 탑과 높은 나무 문 사진으로 가득했다. 이제 막 꽃피기 시작한 나무 밑에 진주색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서 있는 사진도 하나 있다. 머리를 흰 두건으로 감싸고 있었다. 아래로 향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여자가 미소짓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기사를 닫고 헛기침을 해 목을 가다듬는다. 제시는 세 번째 글에서 검색이 성공했다는 걸 깨닫는다. 공장 폭발 후 시마다 가문의 재건축 계약 성사 - 화재 희생자 추모회에 장남이 출석해 기사에는 사진이 있지만, 곧바로 뜨지는 않는다. 커서를 빙빙 돌리자, 행진하는 글자들 사이로 그림 대신 뜨는 네모 칸이 나타난다. 맥크리는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몸을 기울인다. 왼팔이 둔한 통증으로 욱신거린다. 사진이 나타난다. 제시는 눈을 깜빡인다. 웃음기 없고 인상이 차가운 젊은 남자가 스크린 너머를 쏘아보고 있다. 제시의 담배 끝에 맺힌 재가 무릎으로 떨어지지만: 그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시마다 한조 : 27세. 날카롭고 여윈 얼굴에 각을 잡듯이 다듬어진 긴 흑발. 제시는 그의 광대뼈와 깨끗하게 면도된 턱의 윤곽을 살펴본다. 한조의 시선은 냉혹하다 -- 사납고 짙은 눈썹 아래로 상대방을 차갑게 평가하는 것처럼. 제시는 즉시 그 강렬한 눈빛에 사로잡혀 버린다. 가늘고 검은 칼로 베이는 것 같다. 제시는 물러난다. 갑자기 뭔가 음란한 걸 보다가 걸린 것처럼 부끄러워진다. 그는 한조가 이 사진을 직접 찍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이 냉랭한 한조가 고압적으로 멸시를 담아 카메라를 쳐다보는 법을 연습해서, 사진을 보는 사람이 움츠러들게 만드는 데 시간을 쓰기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다. 겐지도 때이른 죽음을 맞기 전에 이렇게 생겼을까? 제시는 다시 사진을 본다. 10년, 아니 그 이상은 된 것 같다. 자신을 쏜 남자는 이제 이렇게 보이진 않을 거다. 하지만 제시는 이 얼굴을 상상한다 -- 이 깎아낸 것 같은 강한 이목구비, 거만한 눈과 무자비한 입 -- 바위 위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얼굴. 그는 남자가 활을 들고, 시위를 매기고, 활줄을 당기며, 자신의 미간을 조준하는 걸 상상한다. 남자가 자신을 증오하고, 고함치고 으르렁대며, 화살을 퍼부어 망할 ³⁾성 세바스티아누스처럼 만들어버리는 상상을. 맥크리는 침을 꿀꺽 삼킨다. 팔의 통증이 거의 참을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그는 진통제를 먹기 전에 꽉 채운 1분 동안 사진을 응시한다. 맥크리는 일어나서, 몸을 움찔하고, ‘젠장’이라고 내뱉는다. 왼쪽 다리 감각이 둔해져 있었다. 제시는 손가락을 퉁겨 불 꺼진 담배를 바닥에 버리곤 찬장으로 절룩거리며 걸어간다. 앙겔라의 목소리가 통증 속을 스쳐지나간다. 많이 심하면 두 알 먹어요. 6시간 이내에는 재복용하지 말고. 제시는 오렌지색 플라스틱 병을 흔들어 흰 알약을 세 개 꺼낸다. 그는 세 번째 알약을 반으로 쪼개고: 삼킬 때 쓸 음료를 찾으려 소형 냉장고 안을 뒤진다. 남아있는 건 두 캔뿐이다 (‘가득 찼다’는 말은 이제 쓸 수 없겠군). 그는 체리맛 탄산 음료 하나를 꺼내서 딴다. 캔이 쉿 소리를 내며 열린다. 음료를 마시며 기사에 나왔던 사진을 생각하자 냉기가 등골을 타고 기어오른다. 제시는 스스로에게 멈추라고 명령한다: 그 날렵하고 사악한 눈매 말고, 아무거나 다른 걸 생각하라고. 똑똑한 놈이야. 잘 쐈어 -- “가서 딸이나 쳐(Go blow yourself),” 제시가 캔 너머로 소리내서 중얼거린다. 타이밍이 젬병이야, 카우보이. 아마리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낮다. 꼬맹이, 그게 운 나쁘게 빗나간 거냐. 아, 그를 살아있게 해주는 이 더러운 습관들. 샤워를 해야만 했다. 물을 틀려고 욕실 문을 열자마자 컴퓨터가 경고음을 울린다. 맥크리는 멈추고: 스크린을 재작동시키러 돌아간다. 시마다에 대한 기사 페이지가 아직 떠 있다. 그는 한조가 노려보는 시선이 다시 눈에 들어오기 전에 창을 닫는다. 작업 표시줄에서 메일 아이콘이 하얗게 반짝이고 있다. 맥크리는 눈을 찌푸리고 스크린을 두 번 탭한다. 윈스턴에게서 온 메시지다. 제목은 굵고 선명한 붉은 글씨로 적혀 있다. 비슈카르 조사 임무 - 리장 킥오프 [1급 기밀] 참가 요원 : 트레이서, 맥크리, 겐지, 루시우 7월 6일 - (예정) 2100 메모 : 상황 보고 및 상담 요망. 7월 5일 1700 감시 기지 지브롤터. 겐지는 금주 안으로 귀환 예정. 처음에는 작게 시작해서 일을 굴려 봅시다. 맥크리는 머리를 긁는다. “아침식사 후에 누가 격려 연설이라도 받았나 보군.” 그가 혼잣말한다. 준비 기간이 일주일밖에 안 되는 중국에서의 4인 임무는 전혀 작게 들리지 않았지만 -- 젠장, 또 모르지. 더 미친 작전에도 참가해 봤다. 데드락, 블랙워치 둘 다에서. 게다가, 루시우가 참가한다면, 아마 시시한 임무일 거다. 강조하는데 : 그는 시시하길 바란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꼬맹이를 위해서. 그리고 겐지가 올 거다. 맥크리가 딱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답신으로 ‘확인’ 버튼을 탭하자 제목 줄이 푸른색으로 반짝인다. 맥크리는 일어나서: 반쯤 타다 만 담배를 바닥에서 주워들고 찬장 위에 올려둔다. 그는 스크린을 끄고 욕실로 사라진다. 창문 밖에서는 루시우가 한낮의 태양빛을 받으며, 회색 비행장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빙글빙글 돌고 있다. 비행선이 덜컹거리자 그는 도착했다는 걸 깨닫는다. 비행장으로 내려앉아 천천히 주행하는 동안 화물칸 문이 열릴 것이다. 블랙워치 A분대는 장비 회수 전 집결지점으로 이동해서: 유니폼을 입고, 모든 걸 확인한 뒤, 캡틴 레예스와 함께 출동할 것이다. 정예 요원 여섯이 레예스를 따라 구역 내로 진입해 명령에 따라 방해되는 적을 무력화할 거다. 맥크리는 레예스가 지시하지 않는 이상 최전선에 나서지는 않는다. 그는 보통 섬광탄을 준비하고, 측면을 방어하는 역할이다.
맥크리는 비행선 안, 레예스 맞은편에 앉아 있다. 둘은 안전띠를 매고 다른 요원 다섯 명과 함께 그물 의자에 비좁게 모여앉아 있다. 순환되는 공기가 먼지와 엔진 소음으로 웅웅거린다. 레예스의 등은 비행기 벽에 닿아 있다. 맥크리가 몸을 굽혀 무릎 안쪽에 팔꿈치를 댄다. 그는 전투복과 부츠, 군용 조끼를 착용하고 있다. 모자도 박차도 없다. 맥크리가 레예스를 쳐다보자, 레예스도 마주본다. 객실 내부 조명이 레예스의 흉터진 얼굴을 붉게 비춘다.
검은 옷에, 피범벅으로, 덜컹거리는 강철판으로 둘러싸인 감옥 안에 있는 그 모습은 -- 지옥으로 가는 길의 안내자 같다.
비행선이 하강한다. 기체의 움직임에 둘 모두 휘청한다. 맥크리는 씩 웃어보인다. 레예스는 웃지 않고: 눈을 찌푸리고 어두운 눈동자로 맥크리를 쏘아본다. 레예스가 맥크리에게 뭐라고 소리를 지르지만: 엔진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맥크리는 그가 뭐라고 했는지 안다. 그는 더 활짝 미소짓는다. 맥크리가 입모양으로 대답하며, 모자 없이 드러난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곤 텁수룩한 갈색 머리카락을 쓸어넘긴다. 그리고 레예스의 머리를 감싸고 있는 모자를 가리키자, 레예스가 삐딱하게 웃음짓는다. 레예스가 보이지 않는 모자 챙을 기울이는 것 같은 제스처를 보낸다. 맥크리도 똑같이 한다. 이제 둘 다 잇몸을 드러내며 씩 웃고 있다.
비행선이 착륙하고 엔진이 포효한다. 맥크리는 일어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레예스를 돌아본다. 레예스는 입술을 적시고, 검지와 중지를 까닥이며 출동 사인을 보낸다. 맥크리는 준비됐다. 그가 안전벨트를 풀고 있을 때, 객실이 덜컹이며 비행선이 멈추고 레예스가 일어난다. 레예스가 천장에 매달린 손잡이를 잡고, 어깨 너머로 그를 본다. 저음의 목소리가 크게 울린다 --
“어이. ¹⁾이스트우드.”
제시가 눈을 뜬다. 그가 눈을 깜빡인다.
루시우가 한쪽 눈썹을 치켜들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
“괜찮아?”
둘은 리장의 시장 안에 있는 라멘 가게에 나란히 앉아 있다. 지난 3일간 저녁을 먹었던 곳과 같은 장소다. 둘 다 임무 복장을 차려입었다. 맥크리는 모자를 쓰고 검은 서라피로 가슴 보호대를 감추고 있고, 루시우는 수트 위로 보라색 후드티를 입고 있다. 잠복 근무 첫날 저녁에는 시선이 많이 끌렸다. 둘째날 밤은 좀 더 조용했고: 오늘밤은, 아무도 둘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반복되는 건 안심되는 법이지, 라고 맥크리는 루시우에게 말했었다. 풍경에 섞여들어간다고 해도 아직 누군가가 보고 있을 수 있어. 풍경이 되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지.
맥크리가 턱수염을 긁는다. 그는 그릇 속에 가라앉아 있는 분홍빛 돼지고기 조각들을 내려다보고, 젓가락을 들어 면발 사이에 숨어 있을 주황색 새우를 찾아본다.
“괜찮아,” 그가 중얼거린다. “어, 괜찮아. 잠깐 멍해 있었던 것뿐이야.”
“정신 차려, 이스트우드.” 루시우가 의자에 스케이트를 부딪힌다. 그는 어묵 라멘과 녹차 버블티를 먹고 있다. “임무 도중에 멍해 있으면 안 되지. 우리가 백업이라고 해서 긴장을 풀어도 되는 건 아냐!”
루시우가 음료를 빨아들이자 달달한 검은색 알갱이들이 큰 빨대를 타고 올라간다. 맥크리는 그걸 보며 얼굴을 찌푸리지 않으려 애쓴다. “어떻게 그런 걸 먹을 수가 있어?”
“이거 괜찮아, 한번 먹어봐. 녹차 맛이 최고야. 아보카도 들어있어.”
“아니, 내 말은, 그 알갱이가.” 맥크리가 핫 소스를 그릇 안에 잔뜩 뿌린다. “무슨 올챙이 먹는 것 같다구.”
“아, 쫌, man.” 루시우가 코를 찌푸리며 신음한다. “토나오네,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개구리를 좋아하는 줄 알았지.”
“좋아하긴 하지만 먹고 싶은 건 아냐.” 루시우가 받아친다. “좀, 이스트우드 -- 내가 이렇게 말하면 어때, ‘네 모자 좋아해?’” 루시우가 눈을 굴린다. “‘어, 좋아한다고. 그럼, 먹지 그래.’ 아주 그냥 모자를 다 먹어버리라고.”
맥크리는 건조하게 웃고 음식을 마저 먹기 시작한다.
4인조 팀은 리장에서의 5일짜리 임무 막바지에 있었다. 지금까지는 제법 매끄럽게 진행됐다. 루시우가 가져온 정보에 의하면 비슈카르가 귀중한 정보를 루청 인터스텔라 타워에 있는 서버 클러스터에 저장하고 있다고 한다. 레나는 2일간 타워를 정찰해 메인 데이터 센터로 접근하는 3개의 접근 경로를 알아냈다. 그녀는 조심스럽고 복잡하게 움직이며(보안 팀의 이동 경로와 교대 시간을 기억하면서) 타워에 잡입하고 클러스터에 접근하는 루트를 알아냈다. 윈스턴이 준 추출용 드라이브를 꽂고 5분만 기다리면, 빙고 : 타워 아래쪽 정원에 집결해, 이동 수단으로 가서, 획득한 비슈카르 정보를 갖고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맥크리와 루시우는 순찰하며 방해물이 없는지 주변 환경을 살피는 역할이었다. 수상한 게 발견되면, 그들이 임무를 취소할 것이다. 트레이서의 접근 루트가 위태로워지면, 백업 팀으로 들어가고.
임무 셋째 날, 팀은 비슈카르 건축가 중 핵심 인물들이 기술 회의 때문에 루청 타워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맥크리는 루청 타워가 이 손님들을 받는 동안 보안 수준을 올리지 않았다는 것에 놀란다. 사실은, 더 낮췄다. 트레이서는 보안 요원의 감소를 이득이라고 해석했다. 맥크리는 그 반대로 위험이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행사를 하면서 보안 수준을 낮출 이유? 비슈카르가 무모한 보안 규약에 동의한 게 아니라면, 자기들 보안 요원을 직접 데리고 왔겠지.
겐지는 지브롤터에서 시간이 지연돼서, 넷째 날 도착했다. 감시 기지에 남아 있는 요원들에게 젠야타를 소개하고, 리장으로 가는 비행선에 숨어들어가 은밀하게 나타난 것이다. 글자 그대로 은밀하게: 한밤중에, 팀원들이 레나의 호텔 방에서 텍사스 홀덤 포커를 치고 있을 때. 사이보그는 빌딩 외벽을 기어올라, 레나의 방 발코니까지 올라와서, 난간 끝에서 갑자기 나타나 쾌활하게 ‘안녕하십니까.’하고 손을 흔들었다. 요원들은 자기들을 놀래킨 죄를 빠르게 용서해 준다 -- 특히 레나와 루시우는, 그 판을 완전히 지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빨리. 지각한 것을 보충이라도 하듯이, 겐지는 요원들을 도울 의지로 가득했다.
그는 맥크리를 불러 세울 의지로도 가득했다.
“치글러 박사님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이후,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맥크리를 따라나가서 겐지가 말했다. “부상 때문에, 당신이 임무에 참가하는 걸 말리고 싶어하셨습니다. 박사님께서 당신을 보내주시다니 놀랍군요.”
“영원히 처져 있을 순 없지,” 맥크리는 담뱃재를 털어내며 중얼거렸다. 그는 벽에 기댔다. “빨리 나았어, 어쨌든, 상태는 정상이라고. 얼마나 빨리 고치시는지 알잖아.”
“알고 있습니다.” 겐지가 중국 사자처럼 생긴 콘크리트 조각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박사님께서 습격자와 그 화살에 대한 보고서를 보여 주셨습니다. 그 때 본 것들과 여기 와서 당신에게 들은 이야기 모두가 제게 확신을 주는군요. 당신을 쏜 남자는 분명히 제 형일 겁니다.” 그는 맥크리가 가볍게 웃고 머리를 기울이는 걸 알아차렸다. “불행하군요. 제 형을 이렇게 소개하게 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운이 없어,” 맥크리는 코웃음을 쳤다. 그는 다 나은 팔을 문질렀다. “그래, 그 말이 딱이군.”
“우린 지난 봄에 다시 만났습니다.” 겐지는 밤하늘에서 밝게 빛나고 있는 달을 보며 말했다. “재소집 바로 전에, 하나무라로 돌아가 형을 찾았죠. 10년만에 처음으로 얘기를 했습니다.”
겐지의 머리끈이 후덥지근한 바람에 휘날렸다. 맥크리는 속이 뒤틀렸다. 그 궁수의 머리 뒤에서 저것과 비슷하게 펄럭이는 천조각을 본 적이 있지 않았던가?
“시마다 제국의 방식이 우릴 갈라놨죠.” 겐지는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의 화합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성격으로 미루어 봐서 한조가 절 찾아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형의 근면성실함을 과소평가했어요. 절 아주 멀리서부터 쫓아왔더군요.”
맥크리가 말했다. “그 말은 내가 맞았다는 뜻인 것 같은데.”
겐지가 다시 맥크리에게로 바이저를 기울인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널 찾아서 감시 기지로 왔지만 한발 늦었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겐지가 일어섰다. “아까 제가 말했듯이, 불행한 일이죠. 제가 있었다면, 당신이 다치진 않았을 겁니다.” 겐지는 윙 소리와 아주 작은 찰칵 소리를 내며 맥크리 옆에 착지한다. 그는 손바닥을 앞으로 모으고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형의 행동에 대한 제 사과를 받아주십시오. 당신을 놀라게 하고 상처입혀 죄송합니다.”
맥크리가 겐지를 조금 덜 좋아하기만 했다면 계속 부루퉁해 있었을 것이다. “사과할 필요 없어, 네가 쏜 게 아니니까.” 그가 담배를 뻐끔거렸다. “나 알잖아, 잘 극복할 거야.” 그가 모자 챙을 젖혔다. “너한테 나쁜 감정 없어, 겐지 군(Genji-kun).”
겐지가 긴장을 푼다. 거의 안심한 것처럼 보였다. “시마다 가문의 전사들은 큰 힘을 갖고 있습니다. 대대로 훈련받아 온, 일본에서 가장 뛰어나고 치명적인 암살자들이죠. 형은 훌륭한 자산이자, 귀중한 아군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맥크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사이보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누구의?” 그리고, 불신하며: “오버워치의?”
“그렇습니다. 제 원래 목적은 형을 제 스승, 젠야타에게 소개해 고통을 극복하게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제 목숨을 구해주신 치글러 박사님께 소개하고요. 윈스턴이 제게 연락했을 때, 그게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겐지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맥크리를 응시했다. “다시 태어나 세상을 이롭게 하는 오버워치 안에서, 형은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겐지는 땅을 빠르게 기어가는 딱정벌레를 내려다본다. “형은 고통받고 있어요. 영혼을 무겁게 짓누르는 많은 일들을 했죠.”
맥크리가 말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여긴 네 형이 있을 장소가 아닌 것 같은데.”
“아닌가요?”
“아냐.” 맥크리는 머리를 뒤로 기울여 호텔 앞뜰을 내려다본다. “한창때는 마음에 화가 많은 친구들이 오버워치에 많이 들어왔었지. 별로 효과가 없었어. 동료들에게도 안 좋았고. 난 말야, 뭔가를 새로 시작할 때는 옛날 일에서 배운 교훈을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겐지의 시선은 거의 수심에 잠겨 있었다. “잭과 가브리엘 얘기를 하는 거죠?”
멀리서 시계 소리가 울리며 시간을 알려왔다 : 11시. 맥크리는 타들어가고 있는 담배 끝을 비벼 끄고 목을 가다듬었다. 이 대화는 갈 데까지 갔다고, 그는 결정했다.
“지금은 그 얘기를 할 때가 아닌 것 같군.” 맥크리가 한숨쉬었다. “나한테 모든 해답이 있는 건 아냐.” 맥크리는 이렇게 덧붙이고 싶었다: ‘그리고 언제 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난 그냥 공정하지 못한 세상을 바로잡고 싶은 사람일 뿐이야.”
“그리고 전 이 세월이 지난 뒤에도 당신이 그러고 있다는 게 존경스럽습니다.” 겐지가 팔을 뻗어 그의 어깨를 토닥거린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맥크리.” 그의 기계 음성은 거의 애정 있게 들렸다. “다시 한번 함께 싸울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너랑 같이 일하게 돼서 진짜 흥분돼, man.” 라멘 가게를 나와서, 루시우가 맥크리에게 말한다. 그는 총잡이 옆으로 느릿하고 태평스럽게 스케이트를 타고 미끄러진다. “장난 아냐, 진짜 진심이라구.”
“아, 그래, 고마워, 친구.” 맥크리는 루시우의 열정적인 칭송에 어색한 기분이 든다 -- 심지어, 약간 바보가 된 기분까지.
“You know, 인터넷에서 얘기 들었어. 현상금하고 전부 다.”
“어, 그래.” 맥크리가 담뱃불을 붙인다: 근처 가게에는 그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담배가 없었다. “나쁜 녀석들을 있어야 할 자리로 보내고 다니면 그렇게 되지. 너도 다 아는 일일 것 같은데.”
“맞아, 우리 말 좀 통하네!” 맥크리가 담뱃갑을 건네려 하자, 루시우가 손바닥을 든다. “아냐, 괜찮아. 끊었거든.”
“잘했네.” 맥크리는 조잡하게 꿰맨 탄약 벨트 뒤로 담뱃갑을 구겨넣는다. “지저분한 습관이지.”
“Hey, 그런데 레나가 너 총 솜씨에 대해서도 말해줬는데 말야,” -- 루시우가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서 땅을 가리키며, 총 소리를 흉내낸다. 퓨, 퓨 -- “명사수라면서. ²⁾이름 없는 남자. 맞지?”
아주 약간 바보같은 기분이라고, 맥크리는 걸어가며 생각한다. “너무 흥분하진 말라고, 결국엔 나도 인간일 뿐이야.”
둘은 임무가 2단계로 접어들 때까지 시장 거리를 하릴없이 걷는다. 트레이서와 겐지는 루청 타워로 진입하면서 무선 통신으로 연락을 취하고: 보안 요원이 교대하는 틈을 타 목표물로 접근한다. 맥크리는 침착하려고 노력한다. 담배 맛이 아주 좋진 않지만 신경을 안정시키는 데는 도움이 된다.
5분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이봐, 뭐 하나 물어봐도 돼?” 루시우가 묻는다. “그게 말야, y'know.” 그가 손으로 둘을 번갈아 가리킨다. “남자 대 남자로.”
맥크리가 눈썹 한 쪽을 치켜든다. “될 것 같은데.”
음악 치료사가 스케이트를 타고 가까이 온다. “레나 남자친구 있어?” 그가 후드티 주머니 안으로 손을 찔러넣는다. “있잖아, you know. 좋아하는 사람은?”
맥크리는 평정심을 총동원해 겨우 웃음을 참아낸다. “뭐라고?”
“그냥 물어보는 거야,” 루시우가 천진하게 대답한다. “Y'know, 난 그냥 -- 무슨 말 했다가 어색해지기 싫어서 --”
“없는 게 확실해,” 맥크리가 입에 문 담배를 빼내며 말을 끊는다. “남자친구.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 그가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뭉갠다 -- “내가 말했다고 하지 마, 사생활은 한 번도 물어본 적 없으니까. 하지만 난 항상 레나가 여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왔지.”
루시우가 웃음을 터뜨린다. “아. 아냐, man. 나도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아. 그냥 좀 궁금했던 것 같아. y'know?” 그가 어깨를 으쓱한다. “예쁘니까.”
“그래 맞아, 친구. 진짜 예쁘지.”
정원 입구까지 가는 동안 둘 사이에는 정적이 흐른다. 루시우가 말을 꺼낸다: “넌 어때, 이스트우드?”
“응?”
“어떠냐구, 남자친구 있어?”
제시가 재미있어하며, 가볍게 냉소적인 대답으로 받아치려 할 때 통신기가 치직거린다. 레나다. 한창 들떠 있다.
“안녕, 친구들!” 그녀가 말한다. “정보 수집 성공했어!”
“추출 완료.” 겐지의 왜곡된 목소리가 울린다. “기록 복사본을 확보했습니다. 집결 지점으로 가는 중입니다.”
루시우와 맥크리가 시선을 교환한다. “서둘러야겠어,” 전자가 말한다. 후자는 ‘그래,’하고 길게 빼며 대답한다.
“체크포인트에서 만나지.” 맥크리가 통신으로 대답하고, 루시우와 함께 정원으로 출발한다.
둘은 문게이트 앞에서 흰색 제복을 입은 요원 둘과 마주친다. 요원 둘 중 하나는 선명하게 푸른빛을 발하는 은색 인공 팔을 장비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날개 달린 바이저를 쓰고 두꺼운 푸른색 방패를 들고 있다. 루시우는 요원들이 입고 있는 재킷에 선명하게 새겨진 로고를 알아보고 급정지한다. 요원들이 다가오자 루시우가 욕을 내뱉는다.
비슈카르다. 맥크리가 의심했던 대로: 자기들 보안 요원을 데리고 온 거다.
“이 구역은 현재 출입금지입니다.” 방패 요원이 말한다. 그의 영어 실력은 매끄럽다. “내일 아침까지는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불편하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만, 돌아가 주셔야겠습니다.”
맥크리는 태연하게 행동한다. “아, 그냥 지나가는 건데.” 그가 느릿하게 말한다. “우리 차가 저-기 아래 있거든요” -- 그가 요원들 건너편을 아무렇게나 가리킨다 -- “그냥 돌아다니는 중이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빨리 지나갈게요.”
“상점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L1층으로 가서 그쪽 길을 쓰십시오.” 은색 팔 요원은 약간 영국 악센트를 쓴다. 그녀는 루시우를 보더니 눈을 찌푸린다. “루청 정원 구역 내에서는 스케이트를 타면 안 됩니다. 구체적으로는, 코드 4189에 의해 롤러블레이드, 스케이트보드, 호버보드 등은 금지되어 있 --”
“잠깐.” 방패 요원이 얼굴을 찌푸리며: 태도를 공격적으로 바꾼다. “잠깐. 기다려.” 그가 음악 치료사를 향해 걸어간다. “너를 알고 있다.”
루시우가 발끈한다. 그가 헤드셋으로 왼손을 올린다. “그래, 당연히 알고 있겠지.”
“워, 좀 기다려요.” 맥크리의 시선이 빠르게 요원과 치료사 사이를 내달린다. “흥분하지 말고, 친구들 -- 우린 그냥 지나가려는 겁니다.”
“사건 번호 290-A, 리우 데 자네이루, 너구나!” 요원이 방패를 들어올린다. “루시우 코헤이아 도스 산토스! 절도와 공공 기물 파손 혐의로 비슈카르 관할 내에서 수배 중이지!”
통신기 저편에서, 레나가 보고한다. “컨트롤 센터에서 나가고 있어. 앞으로 40초 안에 집결지에 도착해!”
“헬리카, 직원들에게 알려.” 방패 요원이 동료에게 말한다. 그가 맥크리를 본다. “너희 둘은 우리와 같이 가줘야겠다.”
“싫은데.” 맥크리가 끼어들기 전에, 루시우가 벨트 스위치를 올린다. “탈출하자, 이스트우드!” 음악이 곧바로 시작된다. 크로스페이드 수트에서 전자음이 터져나와, 시끄럽게 고막을 울린다. 루시우가 허리춤의 홀스터에서 소리 증폭기를 빼든다. 증폭기 스피커가 밝은 네온 그린 색깔로 빛난다. 음악 치료사가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나가자 요원들은 뒤로 물러서고 -- 야시장 지하 클럽처럼 쿵쿵거리는 소음과 초록색 불꽃놀이 같은 잔상이 남는다 -- 루시우는 문을 지나간다.
요원들로선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들은 맥크리가 피스키퍼를 뽑아들고 은색 팔 요원을 겨누는 것 또한 예상치 못했다. 맥크리가 해머를 코킹한다. 요원들이 얼어붙는다.
“좀 실례할게, 친구들.” 그가 뛰쳐나가며 소리를 지른다. “늦으면 안 되는 버스가 있어서 말야.”
요원들이 총을 피해 뒤로 물러서며 이를 악문다. 도망치는 맥크리에게 방패 요원이 바이저에 손가락을 대고 고함치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는 프랙터스! 헬리카와 내가 적을 발견했다, 지원군으로 레마와 아트락서스를 보내!”
맥크리는 빠르게 루시우를 따라잡는다. 크로스페이드 수트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덕분에 아드레날린 분출이 극에 달했을 때처럼 가볍고 빠르게 달릴 수 있다. 다리가 아프거나 지치지도 않는다. 10마일은 더 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미안해, man!” 루시우가 텅 빈 정원을 가로지르며 뒤에서 소리친다. “여기 누굴 해치려고 온 것도 아니지만, 잡히려고 온 것도 아니라서!” 그 표정은 두려움이나 공포와는 거리가 멀었다. 맥크리는 이 소년이 짜릿해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신나기까지 한 것 같다 -- 난생 처음으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루시우는 화분을 훌쩍 뛰어넘고 탁 착지해, 매끄럽게 스피드를 올린다. 루시우가 밝게 웃음을 터뜨린다. 맥크리는 거의 씩 웃는다.
임무에서 마지막으로 재미라는 걸 느낀 게 언제였지?
그들이 집결 지점 -- 탑처럼 생긴 지붕의 여행자용 정류장 -- 에 도착하자마자, 트레이서와 겐지가 벽을 넘어 내려온다.
“뒤를 쫓아오는 친구들이 있어,” 맥크리가 거칠게 말한다. “입구에 비슈카르 보안 요원이 있었어. 두 명.”
“비행선은 어디 있습니까?” 겐지가 묻는다.
“2번 게이트 지나서, 동쪽 출구야.”
“흩어져야 합니다. 트레이서와 루시우는 비행선으로 가는 걸 우선하고, 맥크리와 제가 뒤에서 커버하면서 보안 요원을 막도록 하죠.”
머리 위에서 경적이 시끄럽게 울린다. 정류장 지붕 위에 나란히 설치된 스피커들에서 나오는 소리다. 맥크리의 피를 얼어붙게 하는 저음의, 빌어먹을 음조.
“주목하세요,” 컴퓨터 음성이 냉엄하게 울려퍼진다. “실제 상황입니다. 루청 타워 정원 부근에서 테러 행위가 감지되었습니다. 모든 요원은 컨트롤 센터 로비 5-A로 보고하세요. 반복합니다: 실제 상황입니다. 루청 타워 정원 부근에서 테러 행위가 감지되었습니다. 모든 요원은 --”
“가자!” 트레이서가 앞장서서 달려나가며 소리친다. “루시우, 스피드 증폭해줘! 여기서 나가자구.”
음악 치료사가 소리 증폭기 스위치를 올린다. 수트에서 흘러나오는 음량이 크게 부풀어오른다. 루시우와 트레이서는 순식간에 시야에서 벗어난다. 맥크리는 겐지를 향해 몸을 돌린다. 겐지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바로 그 때 총잡이는 뒤쪽 벽을 잘라내는 밝은 푸른색 레이저를 본다.
“겐지! 엎드려!”
쉭 하는 소리가 나고 폭발이 뒤따른다. 겐지는 깜짝 놀란 개구리처럼 뛰어올라 도망친다. 맥크리는 파열음이 들릴 때까지 레이저 방향으로 세 번 피스키퍼를 쏜다. 흰색 금속 파편이 땅바닥으로 흩어진다: 벽에 터렛이 설치되어 있었던 거다. 겐지가 돌연 소리친다 : ‘맥크리!’
문에서 마주쳤던 요원 두 명이 정류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비슷한 흰색 제복 차림을 한 두 명이 가세해 있었다: 한 명은 커다란 흰색 라이플을 들고 있고, 다른 한 명은 휘어진 장검으로 무장했다.
“무릎 꿇어!” 라이플을 든 요원이 총에 달린 레버를 당기며 소리친다. 총신이 은은한 바닷빛으로 빛나며 충전되기 시작한다. “항복하지 않으면 제거하겠다!”
겐지는 동요하는 기색 없이 검을 뽑아든다. “누가 항복할지 한번 보자고.”
라이플이 발사됨과 동시에 검을 든 요원이 앞으로 달려든다. 맥크리는 펄스 탄환을 피해 뒤로 구른다: 겐지가 뛰어오르자 검을 든 요원이 따라서 뛰어올라 공격한다. 겐지는 그녀의 검을 쳐내고, 이어지는 찌르기와 베기를 모두 막아낸다. 부딪히는 강철 소리가 찢어지듯 정류장 내부를 울린다.
맥크리는 루시우와 먼 길을 달려오느라 숨이 벅차서, 정원 벽과 정류장 기둥 사이로 엄폐한다. 그는 기둥 옆에서 은색 팔을 가진 요원 헬리카를 조준하고 세 발을 쏜다. 기둥 뒤로 숨을 때 그녀가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한 놈 잡았고,” 맥크리가 중얼거린다.
라이플 요원이 장전하고 한 발을 더 쏜다. 총알은 맥크리 앞에 있는 벽에 맞아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큰 구멍이 하나 뚫린다.
“장난 아니군,” 재장전하고 있는 맥크리의 머리 위로 수리검이 쉭 날아가자, 그가 숨을 내쉰다.
맥크리는 몇 년간 겐지가 싸우는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그 놀라움은 여전하다. 닌자와 칼잡이는 보통 사람이라면 올라갈 엄두도 못 낼 각도의 정류장 벽을 오르내리며 맞붙고 있다. 이 여자 요원은 (프랙터스가 ‘아트락서스’라고 부름) 부츠에 달린 가속기를 이용해 쉽게 겐지의 속도를 따라잡는다. 그녀의 검과 움직임 모두 푸른 잔상을 남긴다. 하지만 아트락서스는 적에게 단 일격도 제대로 먹일 수 없고: 겐지는 자신과 비슷한 빠르기로 움직이는 적에게서 우위를 점할 수가 없다. 둘은 앞뒤로 부딪히며 푸른색과 녹색의 빛줄기를 남긴다.
덕분에 맥크리는 나머지 두 요원을 쏠 수 있는 완벽한 기회를 얻는다. 프랙터스는 방패를 휘둘러 총알 두 발을 튕겨내지만, 오른팔에 세 발째를 맞고 만다. 맥크리는 레마가 자신을 향해 파괴적인 라이플 탄환을 쏘자 잽싸게 굴러 기둥에서 멀어진다. 기둥이 조각조각 부서지고: 정류장 건물이 흔들린다.
“트레이서!” 겐지가 통신기에 대고 외친다. 그는 아트락서스를 끌고 정류장을 나와 근처 찻집 지붕 위에서 교전하고 있다. “비행선에 도착했습니까?”
트레이서가 대답한다. “거의 다 왔어! 그쪽은 어때?”
“아주 귀찮게 됐어!” 맥크리가 재장전하면서, 다른 기둥을 지나치며 대답한다. “겐지, 일단 탈출하자!”
그가 모퉁이를 돌자 프랙터스의 널찍한 푸른색 방패가 막아선다.
“으아아!”
프랙터스가 고함치며 돌진하자 맥크리는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선다. 총을 갈겼지만 전부 방패에 막힌다. 충돌 때문에 머리가 핑핑 돈다: 시야가 흐릿해진다. 하지만 눈이 회복되기 직전에 직감이 발동한다. 맥크리는 프랙터스가 방패를 들어올리자마자 벨트에서 섬광탄을 잡아빼 던진다. 프랙터스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치고: 맥크리는 피스키퍼를 들고 놈의 가슴에다 총알 여섯 발을 전부 쏴박는다. 말끔한 흰색 벽에 피가 후두둑 떨어진다.
“두 놈 잡았고,” 맥크리가 말한다. 그가 코에 튄 핏방울을 닦아낸다.
맥크리가 방패를 집어들고 돌아서자 레마와 그의 라이플이 보인다.
“아, 또 저거야.”
총신이 빛난다. 레마가 조준한다.
“제기랄!”
맥크리는 방패를 들어올리려 했지만, 너무 늦었다. 레마가 방아쇠를 당긴다. 맥크리는 숨을 들이마시고 몸을 숙일 시간밖에 없었다. 그리고 --
쾅!
맥크리는 폭발음이 들리자 방패 아래로 급히 몸을 숨긴다. 화살 한 발이 머리 위를 지나쳐 근처 벽을 밝게 비춘다. 맥크리는 레마가 라이플을 떨어뜨리며 무릎을 꿇고, 잔디밭에 천천히 얼굴부터 쓰러지는 걸 본다.
“도대체 뭐야?” 맥크리가 소리친다. 그는 일어서서, 방패를 간신히 이끌고, 비틀거리며 전진한다. 레마는 연기를 뿜고 있는 라이플 위로 쓰러져 있다.
그 때 눈에 들어오는 건 : 곧고 하얀 선. 길고, 창백하고, 바늘처럼 빛나는.
화살이 레마의 검은 머리를 뚫고 뒤통수에서 튀어나와 있다.
맥크리의 심장 박동이 천둥치듯 귀에서 울린다. 목이 바짝 탄다. 아주 잠깐 동안, 숨조차 쉴 수 없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오르며 네 개의 단어가 입술 밖으로 새어나온다.
똑똑한 놈이야. 잘 쐈어.
“한 놈 더 있어!” 맥크리가 통신기로 말한다. “높은 곳에! 궁수다!”
정원 건너편에서, 아트락서스를 따돌리려 빠르게 내달리고 있던 겐지는, 맥크리의 통신을 듣고 거의 속도가 꺾인다.
“한조.” 그가 중얼거리는 동안 아트락서스가 검을 들고 접근한다.
겐지가 구른다. 그는 찻집 지붕에서 떨어져 나와 잔디밭 위에 착지하고, 재빠르게 도망치려 한다. 아트락서스가 그 위로 떨어져 목에 검을 겨눈다. 겐지가 화살 소리를 알아차리자마자 나무로 된 찻집 벽에 화살이 꽂힌다: 아트락서스는 갑작스런 공격에 놀라 비틀거린다. 겐지가 검을 뽑아들고 배후를 공격한다. 부츠에 달린 가속기 하나가 부서지고 방전된다.
“깁스 프로토콜 개시해!” 아트락서스가 이를 악물고 소리친다. “누구 없어 -- 아무나 !”
겐지가 그녀를 걷어차 조용히 시킨다. 아트락서스는 굴러서 도망치려 하지만, 이제 사이보그가 더 빠르다. 그는 휘어진 녹색 검을 휘둘러 그녀를 끝장내 버린다.
“네 명 다 잡았군.” 맥크리가 방패를 들고 접근하며, 입모양으로 중얼거린다. 겐지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다: 눈을 들고 위쪽을 살피고 있다.
정류장 지붕 위에서 그림자가 움직인다. 맥크리와 겐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 그는 거기 있다.
한조는 날렵하게 두 번 점프해 정원 다리에 착지한다. 탑처럼 생긴 정류장 지붕 위에서 벽으로 뛰어내리고, 그 다음에는 벽에서 땅으로. 화살이 시위에 걸려 있지만, 줄은 당겨진 상태가 아니다. 한조는 빠르고 신중하게 걸음을 내딛어 다리 끝까지 이동한다. 그가 활을 들어올리고 천천히 잔디밭으로 들어온다. 정류장 불빛이 그 얼굴을 비춘다.
그는 작다. 그게 제시의 첫인상이다: 그가 얼마나 작은지, 전경에서 봤을 때 얼마나 키가 작은지. 겐지보다 많이 커 보이지 않는다. 맥크리는 한조가 언제든지 사라져 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다급하게 훑어본다. 검은 머리카락, 잔인해 보이는 눈썹, 사악한 입매, 강렬한 목선. 어깨가 넓고, 다부지고 유연하다. 기사 사진에서 본 젊은 남자는 더 이상 없지만, 차갑고 엄중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검은 눈 근처에는 옅게 주름이 져 있고, 관자놀이 옆에는 회색 머리카락이 나 있다. 용 문신의 머리 부분이 손목을, 기다란 몸통이 노출된 왼팔을 휘감고 있다.
한조가 둘을 향해 소리 없이 걸어온다. 흐르는 듯한, 우아한 기계 같은 움직임: 굳건하고, 정확하고, 망설임 없는 발걸음. 맥크리는 그렇게 치명적인 것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기억해낼 수 없다.
화살 같군, 그가 생각한다. 이 남자는 무기다.
“형.” 겐지가 말한다.
“안녕하신가,” 맥크리는 공격적으로 인사한다.
한조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노려보기만 한다.
맥크리의 시선은 겐지와 그 형 사이를 왕복한다. 머리 위에서, 스피커가 꺼지는 소리가 난다. 맥크리는 정적 때문에 불안해진다. 연기 냄새, 피비린내, 라이플의 오존 냄새가 나고, 겐지의 통풍구가 과열돼 증기가 나오는 것도 보인다. 하지만 정원에 흐르는 정적은 숨이 막힐 만큼 고압적이다.
똑똑한 놈이야. 잘 쐈어. 똑똑한 놈이야. 잘 쐈어. 똑똑한 --
“친구들.” 맥크리가 입을 연다. “이 순간을 망치기 싫지만, 빨리 여길 나가야--”
한조가 활시위를 당기고 화살을 쏜다. 화살은 맥크리의 왼쪽 뺨을 스치고 지나가 뒤쪽에 있던 정류장 건물 벽에 꽂힌다. 맥크리가 비명을 지른다. 그는 오른쪽으로 몸을 숙이며, 방패 뒤에 숨는다.
“이제 그만해, 형!” 겐지가 앞으로 나선다. “공격을 멈춰. 지금은 때가 아냐.”
한조는 이미 다음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그가 날카롭게 동생을 째려보고 한 걸음 물러난다. 맥크리는 방패 뒤에 숨어서, 경계하듯 궁수를 쏘아본다.
분노를 뚫고 엄습하는 첫 번째 깨달음 : 위협 사격치고는, 굉장히 얼굴에 가까웠다.
“화살을 낭비하지 마.” 겐지가 말한다. “우린 임무 중이야. 지원하러 온 거라면--”
“그래, 망할 화살 낭비하지 말라고!” 맥크리가 겐지의 말을 자르고 외친다. 그가 방패 뒤에서 고개를 내민다. “자, 여기서 빨리 탈출해야 한다고, 이런 데서 꾸물거리고 있을 시간--”
“조용히 해라.” 한조가 고함친다. 또 날아올지도 모르는 화살을 피해, 맥크리는 다시 방패 뒤로 숨는다. 동시에 약간은, 궁수의 이글거리는 눈빛에 담긴 증오를 피하기 위해서.
두 번째 깨달음 : 한조의 목소리는 강렬하다. 그 차갑고 고압적인 시선만큼.
“너희를 지원하러 온 게 아니다.” 한조가 말한다. “너희가 여기 왜 왔는지는 내 알 바 아냐.”
“답을 원하잖아, 한조.” 겐지가 간결하게 대답한다. “구하면 답을 찾을 수 있어.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냐.”
맥크리가 발끈하며 덧붙인다: “맞아, 지금은 진짜 이럴 때가 아니라고.”
“우릴 지원하러 온 게 아니라면 --” 겐지가 입을 뗀다.
“우루사이! ” 한조가 둘에게 소리친다. 겐지보다는 맥크리를 향해. 맥크리는 일본어를 많이 알진 못했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는 충분히 알아듣는다: 입 다물라.
깨달음 세 번째 : 몸 왼쪽을 거의 벗고 다녀도 안전한 곳이 세상에 존재하긴 하나?
총잡이는 한계에 달했다. “여기서 빨리 나가야 해.”
통신기가 치직거리며 켜진다. “활주하고 있어!” 트레이서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외친다. “이륙할 준비 끝났어, 친구들, 너희 둘만 오면 돼!”
“우린 가겠어.” 겐지가 찻집 지붕 위로 뛰어오른다. 그의 형은 빙글 돌아서서 동생이 벽을 타고 올라 문게이트를 뛰어넘는 걸 쳐다본다. 맥크리는 한조가 동생을 쫓아 뛰어오르는 걸 보고 놀라지 않는다. 신경이 조금만 덜 곤두서 있었다면, 그들이 움직이는 방식을 보고 감탄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거의 죽일 뻔한 남자를 보고 감탄하게 만들 수 있는 게 있다면, 바로 그거지.
맥크리가 시마다 형제를 따라 동쪽 문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땅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는 거의 비틀거리며 사자 조각상 뒤로 몸을 숙인다. 땅의 진동은 규칙적으로 쿵쿵거리는 소리로 변한다. 맥크리는 레이저가 충전되는 소리를 알아차린다.
겐지의 목소리가 통신기 너머로 들려온다 : “뭔가 거대한 것이 타워에서 동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맥크리는 석상 너머를 응시한다. “난 이럴 때가 진짜 싫어.”
세 번 더 쿵쿵거린다. 겐지가 다시 말한다. “옴닉입니다!”
20미터 높이의 거대한 반구형 옴닉이 -- 동물의 그것처럼 생긴 매끄러운 다리로 느리게 움직이며 -- 건물 근처로 다가온다. 둥근 외장이 하얗게 빛난다. 머리 부분 측면에는, 기다란 패널 두 개가 비슈카르 바이저에 달린 날개처럼 달려 있다. 4개의 포탑 팔이 윙윙거리며 위치를 조정하고, 맥크리를 직격으로 조준한다.
“깁스 프로토콜 온라인.” 삑 소리가 나고, 포탑들이 붉게 빛난다.
레마의 라이플보다 충전 속도가 훨씬 빠르다.
“그렇겐 안 될 걸, 친구!” 맥크리가 발사되는 레이저를 피해 구르며 소리친다. 조각상이 폭발과 함께 증발해 버린다. 맥크리는 골목을 돌아 통신기에 손가락을 대고, 숨을 헐떡인다. “세상이 무너져도 저건 나 혼자 못 해치우겠는데!”
“로프 걸고 올라타 버려, 이스트우드!” 루시우가 응원한다. “너보다 덩치가 크면, 올라타서 로데오를 해!”
농담? 이런 상황에? “루시우, 너 진짜 패 버린다.” 맥크리는 숨가쁘게 달리며, 기침을 하지 않으려 애쓴다.
“옴닉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어?” 트레이서가 대답한다. “곧 이륙할 거야, 맥크리, 창문이 곧 닫혀!”
맥크리는 자신을 쫓아오는 옴닉의 발걸음 소리를 듣는다. “그것도 좀 힘들 것 같은데!”
“Alright, 이스트우드, 지금 어딨어?” 다시 루시우다. “내가 데리러 나갈게!”
“거기 있어, 내가 해결할게.” 맥크리가 가쁜 숨을 내뱉는다. 마음 속으로, 지금 상황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자신이 ‘해결’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옴닉을 피해 네 블록을 도망가자 인적 없는 거리가 나타난다. 가로등 몇 개는 꺼져 있다: 맥크리는 또 한 번의 레이저 공격을 피해 뒷골목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며, 건물들이 전부 버려진 것 같다는 것만을 알아차린다. 그런 걸 골똘히 생각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옴닉은 빠르게 추격해왔고, 그는 속도를 늦출 수 없다.
맥크리가 지치자 행운도 그를 떠난다. 왼쪽, 오른쪽, 다시 왼쪽으로 꺾자 -- 막다른 길이 나타난다. 어두운 골목 끝은 건물 3층 높이의 절벽으로 이어져 있다. 아래쪽은 고속도로다. 맥크리가 급정지하자 박차가 짤강거린다. 그는 휙 돌아서지만, 갇혔다. 도망칠 길은 아래쪽밖에 없다.
옴닉이 골목에서 철커덕거리며 나타나자 절망으로 가슴이 철렁인다.
“겐지!” 맥크리가 통신기에 대고 소리친다. “어딨어, 젠장, 나 지금 튀겨지기 직전이야!”
“그쪽이 보입니다!” 사이보그가 미친 듯 소리친다. “조금만 버텨요, 맥크리!”
구석에 몰린 먹잇감을 발견하고, 옴닉이 빠르게 다가온다. 맥크리는 피스키퍼를 들고 쏜다. 하나, 둘 -- 그리고, 절망적으로 나머지를 쏟아붓는다. 셋, 넷, 다섯, 여섯. 총알은 옴닉의 외장에 맞고 돌멩이처럼 무력하게 튕겨나온다. 맥크리는 재장전하려 탄약 벨트에 손을 뻗었지만, 비어 있다: 정신없이 달리는 사이에 바늘땀이 끊어져서 마지막 남은 총알을 다 떨어뜨렸나 보다.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그는 섬광탄을 던진다 -- 그리고 하나 더. 그게 마지막이다.
“먹어라, 젠장, 이 개 같은--”
아무 효과도 없다. 긁힌 자국조차 없다. 옴닉은 아무렇지도 않게 나타나, 정지한다.
겐지가 소리친다. “맥크리! 다 와 갑니다!”
포탑이 붉은색으로 충전되기 시작한다.
맥크리는 너무 늦었다는 걸 깨닫는다. 가슴이 욱신거린다. 이게 끝일지도 모르겠군 : 밤거리의 어두운 골목 끝, 포탑의 진홍색 불빛, 끔찍한 마지막 폭발. 맥크리는 기이하고 끔찍한 슬픔이 맥박치는 걸 느낀다 -- 거의 공포만큼이나 놀라운 아픔이다. 옴닉에게 한 방 먹고, 재로 변하겠지. 맥크리는 붉은 빛을 들여다보며, 자신이 지옥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운이 안 좋았어, 카우보이. 공포로 굳어버린 의식 뒤편에서 목소리가 한숨을 쉬고, 그는 자신이 죽기 직전이라는 걸 안다.
“맞아요, 아나.” 모든 게 끝나기 직전에, 그가 나직이 말한다.
밤하늘이 돌연 빛으로 폭발한다. 맥크리가 지금까지 본 그 어느 것보다 더 밝게. 야성의 장대한 빛이 달려오며 아가리를 벌리고 검은 거리를 집어삼킨다. 그것은 목구멍처럼 열려 옴닉을 집어삼키고 통째로 먹어치운다. 포탑은 재로 변하고, 외장은 산산조각나고, 옴닉의 매끄러운 다리는 갈가리 찢겨 바스러진다.
아니, 입이 맞다. 두 마리가, 엄니를 세우고 입을 쩍 벌리며, 턱을 뻗는다. 그리고 우렁차게 울부짖는다 -- 하늘 저편에서 나타나며 포효한다.
세상에, 저건 무슨 한 쌍의 --
울부짖는 소리가 가까워지자 온 세상이 귀가 먹먹해지는 천상의 소음으로 가득해져, 맥크리는 무릎을 꿇는다. 별이 보이고 천둥 소리가 들린다. 맥크리는 온몸이 감전된 것처럼 떨려 이를 악문다. 그는 소용돌이 속에서 몸을 수그리고 앉은 채,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한다 -- 목소리들도, 유령들도, 과거도 미래도 없다. 그의 정신은 카메라의 조리개처럼 열린다. 열린 구멍으로 빛이 들어온다. 분노가 들어온다.
바람이 들어온다.
떨림과 함께, 모든 게 끝난다. 빛이 옅어지고: 포효가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로 잦아든다. 용들은 여린 안개 한 줄기로 사라진다.
맥크리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가 비틀거리며 땅에서 일어선다. 용들이 사라지자 주변 세상은 다시 소용돌이치며 밤으로 돌아온다. 맥크리는 숨을 들이마신다. 턱이 떨어져내리고 몸이 덜덜 떨린다. 방금 본 걸 믿을 수 없다.
옴닉은 사라졌다. 조각조각 부서졌다. 거리에는 온통 옴닉의 외장 조각들이 흩어져 있다.
맥크리는 가슴을 움켜쥔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 있다. 가느다랗고 작은 신호음이 귀를 울린다. 그는 손을 올려 귀에서 통신기를 잡아빼 버린다.
맥크리는 한조가 지붕에서 뛰어내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그 움직임을 보자마자 피스키퍼를 궁수의 머리로 조준한다. 한조는 시위에 화살을 걸고 있지만, 줄을 당기지는 않는다.
궁수가 말을 꺼내기 전까지, 맥크리는 그 모든 걸 감당하기 힘들었다.
“무기를 낮춰.” 한조가 내뱉는다.
“방금 그게 도대체 뭐야?” 제시가 이를 악물고 말한다.
“그 - 무기를 - 낮춰라.” 한조가 거의 위협하듯, 반복한다.
제시는 가슴이 들썩이도록 거칠게 호흡한다. “네가 한 거야?” 그가 피스키퍼의 총신을 망가진 옴닉을 향해 돌린다. “지금 이걸 -- 네가 한 거냐고?”
이제 한조는 총잡이 주변을 거닐며, 노려본다. “섬광탄을 다 썼고, 탄환도 떨어졌지. 네가 달리는 걸 봤다. 네겐 아무것도 없어.” 그는 턱을 위로 치켜든다. “무기를 낮춰라, 망신당하기 전에.”
천천히 제시가 오른팔을 떨군다.
“네가 했어,” 제시가 숨을 헐떡이며 쏘아붙인다. “방금 그거, 네가 한 거지. 그 빛하고 푸른색.”
“그래.”
“그것들은 --”
“용이다.” 한조가 눈을 가늘게 뜬다. 그는 불쾌감 비슷한 무언가를 띤 눈으로 총잡이를 면밀히 뜯어본다. “용의 분노에서 살아남았군.”
제시는 웃어야 할지 신음해야 할지 모른다. 목구멍에서 나온 소리는 그 두 가지가 섞인 것처럼 들린다. “그- 런가 본데?”
“넌 내 아군이 아니다.” 한조가 말한다. “넌 살아있으면 안 돼. 시마다 가문과 그 아군 이외에는 누구도 용의 힘을 마주하고 살아남아서 입을 놀리지 못했다.”
총잡이가 발끈한다. “아, 그럼 날 죽이려고 했다는 거네.”
한조가 조소했다. “지금까지 수 천 번도 넘게 그럴 기회가 있었지.”
제시는 냉소적이다. “적당한 때가 오길 기다렸나 보지.”
“하.” 한조가 내뱉는다. “내가 여기 오기 위해 뭘 참아야 했는지 넌 아무것도 몰라.”
“그럴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아직 죽지는 않았어.”
“운이었겠지.” 한조가 받아친다. “용은 가치 없는 자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분명히 둘 중 하나일 거다. 네놈이 보이는 것보다 강하거나, 아니면 네가 누릴 자격이 없는 행운의 축복을 받았거나.”
“뭐, 내가 강해 보이지 않는다고?” 제시가 거의 도전받은 것처럼 말한다.
한조가 코웃음친다. “넌 --”
제시가 기계 손을 흔들어 보인다. “비유적인 질문이었어, 대답하지 말자고, 고마워.”
“감사 인사는 됐다.”
제시는 주먹으로 관자놀이를 문지른다. 두개골이 머릿가죽에서 떨어져 나올 것 같은 기분이다. “나 지금 비꼬는 거거든.”
“나도 비꼬는 게 뭔지는 안다.”
“네가 그렇게 친절하지(friendly) 않다는 소리, 들어본 적 없나?”
한조의 얼굴에 미약한 불쾌감이 스친다. “우린 친구(friend)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은 한쪽이 다른 한쪽을 바삭하게 튀겨지지 않게 막아주고 나면, 최소한 악수라는 걸 하거든.”
한조가 코웃음친다. “방금 전까지 한창 전투 중이었는데. 내가 왜 너와 악수를 해야 하지?”
“신경쓰지 마,” 제시가 총을 홀스터에 꽂아넣으며 중얼거린다. 그가 벨트를 끌어올리고 모자를 바로잡는다. “You know, 그냥 말도 하지 말 걸 그랬어. 로빈 후드 짓이나 하는 사람한테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최고야.”
이제 한조가 비웃을 차례다: 그가 그 별명을 듣고 코를 찌푸린다. “바보 같군.”
“칭찬 고맙네, 친구.”
“칭찬하는 게 아니다.”
“그럼 날 쏘던지.”
“너 같은” -- 한조가 적절한 단어를 찾느라 고심한다 -- “배은망덕한 녀석한테는 화살을 더 낭비하지 않을 거다.”
“어찌됐건,” 제시가 심드렁하게, 길게 빼며 말한다. “자, ³⁾사지타리우스. 도와준 거 고마워. 네가 챔피언이야, 그건 확실하네.” 그가 서라피를 바로잡고, 어깨에서 먼지를 털어낸다. “내 목숨 구해줘서 고맙고, 용한테도 고맙다고 전해줘. 재미 보고. 잘 살아. 난 시간 맞춰 가야 해서, 이 난리법석은 그만둬야겠어.”
그가 걸음을 떼려 할 때 한조가 말한다. “잠깐.”
제시는 으르렁거리지 않기 위해 혀를 깨물어야만 했다. “뭔데.”
궁수가 최대한 곧게 몸을 펴고, 제시와 마주보고 선다. 아주 잠깐 동안, 제시는 그의 차갑고 매정한 눈 안에 극히 미량의 경멸감만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바보라 할지언정, 용에게서 살아남았다는 건 인정받을 만한 업적이다. 운이 좋았건 아니건, 네 안에 용의 심판을 견뎌낼 만큼 강한 무언가가 있었나 보군.”
한조가 그를 향해 다가오자 맥크리가 한쪽 눈썹을 들어올린다. 한조는 아주 약간만 허리를 굽혀 인사한다. 그의 시선은 총잡이의 얼굴을 절대 떠나지 않는다. 제시는 자신이 사실 살아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생각을 떨쳐내지 못한다 -- 사실 자신은 죽었고, 이건 무슨 사후에 보는 이상한 환상이라는 생각. 그는 한조를 내려다보며 그 순간이 영원 같다고 생각한다.
깨달음 네 번째 : 이 남자는 지금까지 만난 그 누구와도 같지 않다.
“시마다 한조.” 궁수가 말한다. 자기 소개 치고는, 친근함 없는 목소리다.
“제시 맥크리.” 그가 모자를 기울이며 대답한다. 반사적으로, 선택의 여지 없이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은 동작이다.
한조가 혼란스러운 듯 눈썹을 찌푸린다. “맥-크리?”
“그래. 맥크리.”
“맥크리.” 한조가 그렇게 신뢰가 가지 않는 것처럼, 인상을 찌푸린다. “흠.”
사후 환상이라고, 제시가 머리를 흔들며 확신한다. “그래, 어, 스코틀랜드.” -- 그가 마른 침을 삼킨다 -- “음, 스코틀랜드 이름이야.”
“스코틀랜드.” 한조는 아직 인상을 쓰고 있다. 그가 일본어로 뭔가 낮게 중얼거린다. 맥크리는 중간에 ‘카우보이’와 ‘텍사스’라는 단어를 들었다고 확신한다. 이제 그만둬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이 바로 그때다. 그가 한 손을 든다.
“좋아, 그럼, 난 이제 내 갈 길을 가야 --”
“이스트-우우우우우드! 내가 왔어!”
익숙한 목소리가 골목 저편에서 울리고, 그 소리를 네온 그린 색 빛줄기가 쫓아온다.
맥크리는 그날 밤 이후로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르고 나서도 이 날을 돌이켜볼 것이다. 머릿속으로 계속해서 생각할 거다 : 모든 말, 모든 행동, 모든 측면들을. 뭔가를 다르게 했다면 어땠을지 -- 그렇게 하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갔을지 오랫동안 생각할 것이다. 또 어떤 결과가 있을 수 있었을지. 수많은 시나리오들이 머릿속에서 영화 장면처럼 흘러갈 터였다. 그리고 항상 같은 결론에 다다르겠지.
한조와 함께 있으면, 모든 일이 아주 느리거나 아니면 빌어먹도록 빠르게 일어난다.
루시우가 코너를 돌아 스케이트로 벽을 타고 -- 벽 옆이 아니라, 벽 위를 달려서 -- 도착했을 때, 옴닉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옴닉의 잔해도 파편도 길거리에 널려 있는 외장 조각들도 보지 못한다. 루시우는 위쪽 절벽에서 뛰어내리기 직전인 겐지도 발견하지 못한다. 그는 한조가 돌아서서 활을 겨누는 모습만을 본다. 그리고 맥크리가 피스키퍼를 집어넣은 채 손을 들고 있는 모습도. 화살은 시위에 매겨져 있고, 줄은 뒤로 당겨져 있다. 맥크리는 소리치기 직전이고 -- 활과 -- 화살. 팽팽하고 창백한 줄.
아주 느리거나 너무 빠르게. 이번엔, 후자다.
“멈춰!” 맥크리가 소리친다.
“물러서!” 루시우가 증폭기의 방아쇠를 당기며 외친다.
음파가 한조의 가슴을 정확히 때린다. 화살은 하늘로 향한다: 한조는 맥크리에게로 똑바로 날아가, 함께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맥크리는 부딪힌 충격 때문에 숨이 턱 막힌다.
곤두박질치며 추락하는 동안, 달이 호를 그리며 하늘 위에서 흔들린다.
건물 3층 높이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내장이 관성에 의해 위로 쏠린다.
그리고 의식을 잃기 직전, 얻어맞듯 들이닥치는 다섯 번째 깨달음. 달과, 화살과, 금방이라도 닥칠 충돌에 대한 생각들을 뒤덮는 자각. 사실 몇 초 지나지 않아 땅에 부딪힐 게 분명하다 -- 언제라도, 중력에 의해. 그러나 신성한 깨달음이 거기에 있으므로 그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얼굴 위로 펄럭이며, 추락하며 거칠게 휘날리는. 물고기 꼬리처럼 뺨을 가로지르는.
깨달음 다섯 번째 : 그의 머리끈은 흰색이 아니다. 금색이다.